독일의 봄이 왔다. 이젠 새벽 6시여도 어둡지 않다. 독일의 겨울은 해가 너무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나는 봄이 빨리 오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나는 봄이 오는 소리가 너무 좋다. 둘째는 봄이 왔다며 연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봄이 와서 그런지 집 주변에서 새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리고 집을 지으려는지 나뭇잎을 가져가는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수시로 우리 집 잔디에서 나뭇가지를 먹고 있는 청설모를 볼 수 있다. 내가 문을 열면 방해가 될까 봐 집 안에서 사진만 찍고 있다.
요즘 들어 비둘기가 집을 지으려는지 연일 와서 지붕에 앉아있다 간다.
청설모뿐 아니라 요즘은 유난히 비둘기가 우리 집에 온다. 작년 집을 지었던 비둘기인지는 모르지만 비둘기는 익숙한 듯 지붕에 앉아 있다 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참을 있다 간다. 조만간 집을 지으려고 우리 집 나무를 살피고 가는 거 같다. 비둘기가 우리 집 나무에 집을 지어도 상관없다. 내가 집을 짓지 말라고 안 지을 비둘기가 아니니 말이다. 그저 튼튼한 둥지를 만들어 건강한 새끼비둘기를 낳고 성장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둘기는 한참을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잔디에서 먹을 것을 먹고 한 참을 땅을 걸어 다니다 청설모가 나타나서야 날아갔다.
봄이 왔다고 독일마트 입구에 씨앗을 많이 판다.
우리 가족은 작년에 처음 독일에서 맞이하는 봄에 호기롭게 집 앞 텃밭을 멋지게 식물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새들이 씨앗을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토마토 하나 건지고 실패로 끝났었다. 그래서 올해는 나는 아예 집 앞 텃밭에 식물을 심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자꾸 독일 마트에 가면 예쁜 게 진열된 씨앗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독일에 살면서 봄이 왔는데 그냥 식물을 안 심고 넘어가기도 그럴 거 같아 씨앗과 흙, 화분을 샀다. 작년에 너무 큰 흙을 사서 들고 온다고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물을 주면 흙이 부풀 어오를 수 있는 흙으로 구매했다. 사서 걸어 집으로 오면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도전해보지 않고 후회하느니 우선 실행에 옮겨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농사에 소질은 없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에 온 아이들과 함께 화분에 흙을 담고 씨앗을 심었다. 아이들이 잘 먹는 부추와 근대, 당근 씨앗을 사고 지인에게 받은 깻잎씨앗도 같이 심었다. 사실 제일 기대되는 건 깻잎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김밥을 좋아하는데 향긋한 깻잎이 들어가면 김밥은 더 맛있어지기 때문이다.
당근은 씨앗을 샀는데 우선 부추와 근대, 깻잎이 나는 걸 보고 싶을 생각이다. 씨앗을 심고 조금 남은 씨앗은 우리 집에 맨날 놀러 오는 새들이 먹으라고 땅에 놔두었다. 작년에 내 씨앗 다 먹었다고 인색하고 다 심으면 또 그럴 거 같아 남은 씨앗은 두웠더니 어느새 새들이 와서 먹고 갔다.
나의 정성으로 식물들이 잘 자라길 바라본다.
우선 심은 씨앗들은 집 안에 두었다가 싹이 트고 좀 자라고 날씨가 지금보다 따뜻해지면 밖으로 옮겨심기를 할 예정이다.
내가 심은 씨앗들이 따뜻한 해를 보고 내가 주는 물을 매일 마시며 싹이 잘 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