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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로에서 여우를 만났다.

by su
꽁꽁 얼어버린 독일의 길


어제 독일은 밤새 영하의 날씨로 땅이 꽁꽁 얼아버렸다. 며칠 내내 내린 눈이 영하의 날씨로 얼어버리면서 몇몇 독일학교는 쉬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 학교도 10시 30분에 1교시를 시작했다.

작년에 처음 독일에 왔을 때는 독일의 겨울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에서 1년 살았다고 독일의 겨울은 올해 더 춥게 느껴진다. 사진처럼 꽁꽁 얼어버린 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서 나는 독일어 학원까지 갔다. 도로도 문제였지만 인도도 너무 얼어서 나는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걸어가다 눈이 마주친 독일 할머니와 서로 웃기도 했다. 어제는 S-Bahn도 멈춘 곳이 있어 독일어 학원 친구들이 못 와서 6명이서 수업을 했다. 10명 이상 친구들이 오지 않아 갑자기 독일어 수업 시간에 내가 말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3시간 15분이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르겠다.

독일의 모든 길이 꽁꽁 얼어버렸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여우
빨간색 옷을 입은 직원이 구급차를 불러 아기 여우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나는 오전에 학원을 갔다 와서 잠깐 오후에 물건을 사러 우리 동네 큰 마트를 향해 걸어갔다. 마트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저 멀리 여우같은 형체가 보이며 옆에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 여우를 차도로 못 나가게 보호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잘못 봤나 싶었지만 진짜 여우였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여우라며 보고 있었다.

독일에 와서 자연스럽게 고슴도치와 청설모를 만나는게 너무 신기했는데 도심 한 가운데서 여우를 만날 줄이야 나는 생각도 못해봤다.

어제는 너무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비에 젖은 여우를 마트 직원이 보호하며 전화로 구조신청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독일 할머니가 내 쪽을 보며 여우를 본다며 이야기를 하시며 한참을 발길을 못 떼고 있었다. 나도 할머니에게 여우라고 대답을 했다. 영하의 날씨에 여우가 너무 추워 보이고 안쓰러워 보였다. 이 여우도 지쳤는지 구조를 해주려는 직원 옆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물건을 사고 나가보니 여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 물론 직원도 없었다.

여우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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