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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29. 2021

독일에서 핸드폰 개통하기

잘가. 한국폰 번호야  

우리 집에서 20분을 걸어가면 알디 마트가 나온다. 이젠 독일에서 20분 걷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독일에 와서 핸드폰을 빨리 바꿀 수도 있었다. 나는 로밍을 우선 한 달 하고 왔으니 그 날짜 이후 바꾸면 되지 하며 계속 독일 폰으로의 변경을 미루고 있었다. 핸드폰을 개통하면서부터 016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번호 하나만 바뀌었지 010으로 바뀐 이후 10년을 넘게 썼으니 정이 들었는지 모른다. 놔주기가 싫었던 거 같다. 그러나 이젠 로밍 날짜도 끝나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개통하러 갔다.

  지금은 거의 집에 있으니까 밖에 나가도 평일에 가는 곳은 정해져 있으니 크게 핸드폰 요금을 비싸게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해서 나는 알디톡을 사용하기로 했다.

  알디톡은 알디 마트에서 판매를 하는데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이젠 마트 걸어가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마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동네 호수나 공원을 한여름에도 폭풍 걷기 2시간씩 했으니 이 정도는 그냥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다행히 이젠 대충 동네의 지리가 감이 온다.

  아직은 독일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다니면서 전단지며 안내문 사진을 찍어와서 단어 검색하는 것에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왜 우리 집에는 무료신문이 안 꽂혀있는지 등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우리 집 우체통에 무료신문이나 광고지를 넣지 말아 달라고 붙여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네 입구에 있는 금요일마다 전단지가 놓여있는 걸 한 부 받으러 간다.

  이젠 1유로 마트 아저씨와 Hallo 하며 인사를 한다. 근데 인사 이후에는 아무 말을 못 한다. 그래서 독일어가 입 밖으로 나오기를 희망하는 것일 수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이 말을 잘 못하고 있으니 여간 입이 간지러운 게 아니다.


나에게도 독일 번호가 생겼다.

  사전에 미리 지도를 파악하고 걸어가서 저 멀리 보이는 마트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걸어서 길 찾는 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알디 마트로 가서 핸드폰 유심 있는 코너로 가서 당당히 스타터 세트를 골랐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너무너무 뿌듯했다. 근데 또 막상 사고 나오니 컴퓨터에 들어가 입력을 하고 화상전화를 해야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도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남편이 회사 가면 아무도 없을 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다.

 우선 한국폰을 없애고 알디톡 유심을 꼈다. 한국과 다르게 뭔가 PIN번호도 많고 읽어가려 해도 읽히지 않는 독일어 사이에서 우선 인터넷에서 본 대로 차근차근하니 정말 영상통화가 시도되었다.

  내 생일과 이름은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며 꼭 이걸 만들어야겠다는 최대한 착하고 밝고 굳은 의지의 얼굴을 하며 통화를 시도했다. 상담원이 뭔가를 많이 말하는데 중간중간 나의 이메일 주소와 내가 선택한 요금제가 나왔다. 나는 OK라고 대답을 하고 모든 절차가 끝났다며 영상통화가 종료가 되었다. 정말 된거가 싶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1시간 뒤에 메일이 와서 비밀번호를 등록하라고 해서 하라는 대로 등록을 마쳤다. 등록 후 나는 당당히 남편 독일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나 독일 폰 만들었다고 하니 조금 당황한 거 같았다. 한국폰 번호 없애고 이게 이제 내 번호라고 당당히 이야기를 하고 저장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정말 뿌듯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내가 영상통화로 외국인과 이야기를 해서 등록을 한 것도 좋았고 뭔가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뿌듯했다.   


  아직은 서툰 점이 많고 입 밖으로 독일어가 잘 나와서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다음 달에는 더 잘하고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능숙해지고 더 잘하리라 나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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