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를 잘 적응하고 스쿨버스 차량도 크게 문제없이 지나가던 어느 날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를 않았다. 보통 때라면 5시면 도착을 하는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큰 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냐고 하자 잘 모르겠다며 오던 길이 아니란다. 우리 집은 학교 근처라 보통 때는 30분도 안돼서 도착을 하는데 5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아 문제가 있나 싶었다. 계속 아이와 문자를 하자 큰애가 멀미할 거 같아 문자는 그만하자고 했다. 결국 스쿨버스를 1시간 30분을 타고 왔다. 나는 언제 오나 하고 5시부터 6시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추운 것도 추운 거였지만 걱정이 되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파파고를 켜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묻자 자기 오너에게 이야기를 하란다. 우선은 알았다고 하고 감사 인사를 하고 얼른 아이들과 집으로 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일 핼러윈 파티를 하는데 선생님이 호박바구니를 갖고 오라고 했단다. 나는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냐고 이야기를 했지만 큰 애는 그걸 오늘 들었단다. 우선 나는 알았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순간 그냥 화가 나려고 했지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너무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달리자.라고 하고 내 옆에 딸들 손을 잡고 1유로 마트를 갔다. 독일은 밤이 되면 정말 컴컴하다. 그래서 너무 무섭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도 퇴근 이후에 집에 아이들을 픽업해서 데리고 오면 밤에 나가지를 않는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가로등이라도 많지 여기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불을 빨리 끈다.
둘째는 마녀를 그렸다며 마녀와 마법사가 마법약을 만들고 있단다. 나도 신비한 마법약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아기 했다.
우리는 바람을 가르며 정말 달렸다. 1유로 마트까지는 10분 내외이기 때문에 여기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역에 있는 1유로 마트에는 있을 수 있다는 친절한 점원의 말에 다시 달렸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 혼자 달리면 빨랐겠지만 둘째는 가다 힘들다 하고 큰 애는 둘째에게 빨리 달리라 재촉하고 정말 가관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모든 지 미리 하는 스타일이라 이렇게 준비물 등이 하루 전날 준비된 적이 없었다.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문제는 역 주변 마트를 갔지만 없었다. 마트란 마트는 다 돌고 4군데를 돌다 결국 1.1유로 물건들이 많은 곳에서 호박 주머니를 발견했다. 사실 주머니도 아니다. 가방이었다. 처음에는 하도 없어서 내가 큰 애에게 우리 호박 스티커 붙여서 가방을 만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큰 애는 그건 아닌 거 같다며 아이들은 다 호박모양을 갖고 올 텐데 한 번만 찾아보자고 했다. 결국 호박은 그려져 있는 가방을 찾았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가방 가격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둘째는 자기는 학교에서 사탕 주머니를 만들고 있어 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했지만 큰 애가 혹시 모르니 하나 더 사자고 했다. 필요한데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나.. 나는 큰 애에게 현명한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얼른 2개를 집었다. 아이들도 배고팠는지 계산대 옆의 사탕도 하나씩 집어 나는 얼른 계산을 하고 나왔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사실 독일에서 7시는 정말 어둡다. 특히 아이 둘 데리고 다니는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다. 어두운 저녁에는 더더욱이 없었다. 정말 우리는 그때부터 뛰었다. 앞에 사람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가도 가도 집이 나오지 않았다. 다리는 멈춘 거 같고 우선 동네 마트 쪽까지만 오면 어두워도 괜찮을 텐데 사람들은 없고 불은 꺼져있고 독일은 가게 상점은 문도 일찍 닫는다. 이날 저녁 내가 아이들에게 계속한 말을 빨리 가자였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다. 배도 너무 고프고 무서웠다. 얼른 미리 준비해둔 카레밥을 먹었다. 힘드니 계란 프라이는 나중에 먹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큰 애는 항상 카레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먹는데 이번에는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바로 수긍했다. 7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 정도로 어두우니 이젠 절대 밤에 나가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그래도 정말 사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고생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큰 애는 다리가 없어지는 줄 알았단다. 우리는 이 추운 가을 날씨에 땀이 엄청났다.
뒷날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왔는데 결국 사탕바구니는 안 썼단다. 이번에는 화가 났다. 아니 갖고 오라고 했는데 왜 안 썼어?라고 하자 몰라. 다른 애들도 갖고 왔는데 사탕바구니를 안 썼단다. 둘째는 자기가 그린 가방이라며 보여줬다. 나는 아이들에게 우린 어젯밤 뭘 할 걸까?라고 이야기했다. 애들은 나중에 간식주머니나 써야겠다고 했다. 둘째는 자기 밤에 해리포터 옷을 입고 온 아이가 있다고 내년엔 자기는 해리포터로 준비를 해달란다. 우선 알았다고 했다. 올해 준비해놨으니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겠지라며 혼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