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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06. 2021

독일에서 한국 학부모 모임

오랫만에 만나는 소속감

쭉 걸어서 가면 길이 나온다.  지하철이 없어서 걸어서 갔지만 사람이 없어 조금 무서웠다. 가끔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큰 애가 하루는 집에 와서

"엄마. 오늘 친구 엄마가 엄마 번호를 알고 싶대"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다.

 나는 얼른 큰애에게 엄마 번호를 알려주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런 고마운 분이 있나 싶어 기뻤다. 사실 독일에 와서 한국인을 만나기란 우리 동네에서 힘들다. 특히 아이들을 통해서만 한국 친구들에 대해 소식을 듣지 내가 알 길이 없다.

  뒷날 나에게 문자가 왔다. 큰 애 친구 엄마였다. 친구 엄마가 한국 한부모회 임원이었다. 덕분에 나는 5학년, 2학년 학부모 단톡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독일에 와서 소속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방인의 느낌을 받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단톡방에 초대되며 왠지 모를 소속감에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서도 학기 초가 되면 단톡방이 만들어진다. 그럼 엄마들과 인사를 나눈다.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지 모른다. 인사를 나누다 내일이 5학년 엄마들 모임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간다고 했다. 얼마나 반가운 일정인지 모른다. 00 한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검색을 해보니 신랑 회사 근처였다. 지난번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회사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1시간 정도 걸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행히 아는 길이었다. 여기까지 가는 지하철은 없어 내가 갈 수 있는 방법은 걸어가는 거였다. 자전거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전거가 없으니 두 다리를 믿기로 했다. 차로는 10분 정도였는데 운전이 안되니 나는 운동도 할 겸 천천히 가을을 느끼며 걸어갔다.  


독일 오리들이 시원하게 수영하고 있다.  지도를 찾으면서도 사진을 찍어봤다.

  구글 지도 덕분에 이젠 길을 잘 찾는다. 처음엔 혼자 걷는 게 어려웠는데 이젠 현지인처럼 걸어 다닌다. 걷고 걷다가 공원 강에서 오리 떼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학부모 모임을 가는 나의 발걸음처럼 오리 떼도 신나 있었다.

  나는 초행길이고 미리 가서 기다리는 성격 탓에 일찍 출발했다. 덕분에 20분 전에 도착하여 주변을 걸었다.

  낯익은 한국말이 들리며 나도 모르게 설렜다. 항상 독일어만 듣다가 한국말을 들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한국 엄마들을 만나고 정보를 듣고 독일에서 어려움을 이야기 나눴다.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정말 반가운 존재인 거 같다. 마음 착한 5학년 대표 엄마가 집까지 차를 태워다 줬다. 집에 10분 만에 도착했다. 이리 편히 올 수 있는 것을... 참 고마웠다.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 나인데 독일에 와서 마트에서 말을 길 게를 못 한다. 늘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 지 40일이 다 되어간다. 2주 뒤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험도 본다. 아이들이 차근차근 적응해가고 있다. 나도 아직은 서툴지만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해내고 있다. 독일인들만 만나다 한국 엄마들을 금요일에 만나고 돌아오니 일주일이 꽉 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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