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네에 없는 큰 마트를 가기 위해 아이들은 각자 가 방아 간단한 자신의 짐을 넣고 출발한다. 마트를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항상 경쾌하다.
지난주 토요일에 문구점에서 아이들 학교 준비물 중에서 Stehsammler aus Plastik만 사지 못해 팔만 곳을 찾아 헤매다 남편이 우리 동네는 없는 M*****마트를 알려주었다. 학용품 등도 팔고 마트가 크기 때문에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해서 핸드폰으로 지도를 찾아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우리 지역 지하철에서 3구역만 가면 되는 곳에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도 사실 이번에는 또 방향이 반대여서 살짝 긴장이 되긴 했다. 그러나 당장 월요일에 가져가야 하고 이 동네 마트를 다 뒤져봐도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다니리라 다짐을 하고 어디서 지하철을 타는지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했다. 생각보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고 타고 내리고 프랑크푸르트는 지하철 노선도 많아서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가면 낭패일 때가 있다.
우리 동네 지하철에는 비둘기가 많다. 오전 10시를 넘어 출발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20분 동안 기다리는 동안 비둘기들의 비행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중에 마트를 가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90% 이상을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입했다.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에 집 앞에 도착해있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을 살았단 말인가. 원하는 것만 검색을 하면 바로 찾아 구입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온라인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혹여 잘못 배송되어도 어디다 전화해야 할지 등 고민할 것들이 많아 나는 마트를 찾아다니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마트를 나간다고 하면 정말 좋아한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나가자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한다. 오늘은 어디 마트를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지하철을 몇 구역을 탈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 밥도 빨리 먹고 옷도 빨리 입고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 우리 준비 다 되었어요."라는 목소리에 기대감이 묻어있다. 특히 새로운 마트면 앞에 가서 인증샷도 찍는다. 물론 얼마 안 가면 이젠 안 찍을 거 같지만 말이다.
이젠 지하철을 어디서 타는지 노선을 보는 법을 터득했다. 두 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터득했다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기특했다. 남편한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오늘 새로운 노선으로 출발했다. 한국 지하철처럼 독일 지하철이 빨리 오지 않았지만 모처럼 사람들이 없어 전선에 앉아있다 떼로 비행을 하는 비둘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우리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마트를 향해 걸어갔다. 목표 마트가 보이고 그 마트에 정말 우리가 원하는 Stehsammler aus Plastik가 있었다. 그러나 이건 첫째의 준비물이고 둘째는 Metal이어야 했다. 안 되는 독일어로 물어봐도 여기는 Metal은 없다고 했다. 우선 3개를 구입하고 필요한 로션 등도 같이 장을 보는데 아이들은 어디서 갖고 왔는지 색칠북과 팔찌 등 하나씩 들고 나타나 한국에는 없는 거라나 뭐라나 비싸지만 사고 싶다는 의견을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이 플라스틱 박스는 지금 컨테이너에서 4개나 있는데 3개월 뒤에 오니 살 수밖에 없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이것저것 사달라고 하니 은근 화가 났다. 둘째는 디자이너들처럼 색칠을 하고 싶다나 색칠북을 하나 들고 왔다. 독일 거라 그런지 우리나라 색칠하는 것과 다른 게 있어 "그래 하나 골라."라고 이야기를 하자 큰 애는 좀 더 저렴한 이니셜이 들어간 팔찌를 갖고 와서 이걸 사고 싶다고 했다. "그래 이거 하나 사"라고 이야기를 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아이들은 완전 신나 했다.
그러나 문제는 둘째 Metal 상자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지도를 검색해보니 가장 가까운 거리로 Hauptwache역에 문구점이 있었다. 지난번 쾨테생가를 갔을 때 잠깐 지나쳤던 미술재료와 문구류를 팔던 상가였다. 여기서 8구역을 가야 하는데 갈 수 있겠지?라고 하자 아이들은 좋다고 했다. 이미 로션 등도 사서 짐이 많았지만 학교를 가는데 준비물을 준비해 가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사리라 라는 굳은 마음을 갖고 출발했다. 그러나 출발하면서 큰애에게 근데 혹시 모르니 플라스틱 사갈까?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나는 또 갔는 데 있으면 안 되니 가서 없으면 다시 사자.라는 마음으로 그냥 출발했다.
한국에선 그냥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플라스틱 파일 상자인데 이걸 구하러 지하철 투어를 시작했다. 이 틈에 둘째가 색칠공부 북을 하나 골랐다.
역시나 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Metal로 된 것이 없었다. 얼른 근처의 다른 문구점을 찾아 헤매다 찾아갔지만 거기도 없었다. 이미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배고프고 나도 배고프고 무엇보다 비도 내리고 정말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방문한 문구점 Stehsammler aus Plastik의 가격은 6.99유로였다. 나는 2.59유로에 샀는데... 둘째에게 엄마가 선생님한테 도저히 메탈로 된 것을 못 구했다고 플라스틱으로 보낸다고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둘째도 알았다고 했다. 나중에 자기가 영어실력이 늘면 친구들에게 물어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Stehsammler aus Plastik을 살 것인가? 아까 간 처음 마트에서 살 것인가 고민을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은 아까 거기가 훨씬 가격이 저렴하니 그리고 가자고 했다. 큰 애는 그전에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고 가자고 했다. 이미 2시가 넘어 다들 지쳐 있는 상태라 알았다고 하고 근처 맥***가 있길래 익숙한 곳이 편해 발길을 옮겼지만 이미 만원이라 앉을자리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엄마가 미안한데 거기 마트 가서 둘째의 Stehsammler aus Plastik을 산 다음에 원하는 먹을 것을 사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젠 지하철 타는 곳은 바로 찾을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었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멀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우리는 처음 간 마트에 가서 Stehsammler aus Plastik을 구입했다. 처음 간 마트였지만 친절한 할머니 점원이 쿠폰 스티커를 주면서 이걸 할 거면 스티커를 준다고 했다. 나는 Ja.라고 대답을 하고 스티커북을 하나 얻어왔다. 스티커북 하나 받고 바빴던 나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메탈은 아니었지만 플라스틱이라도 같은 걸 샀으니 안 심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Stehsammler aus Plastik을 총 5개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아직 못 먹어 아이들은 먹을 것을 고르라 그랬더니 역시나 킨더초콜릿을 골랐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멀었는데 독일은 크리스마스 초콜릿을 지금부터 팔고 있다. 집에 와서는 안에 겨울왕국 엘사가 똑같은 것이 나왔다며 좋아했다.
오늘은 얼마나 아이들과 지하철로 왔다 갔다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결국 원하는 Metal 상자를 사지는 못했지만 이젠 내가 지하철을 물어보지 않고 원하는 곳을 검색해서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대견했다.
당장 둘째 선생님한테 메일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비슷한 플라스틱 상자를 산 것에 만족한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싶다. 이제 아이들 학교 준비물은 끝냈으니 이젠 동네 마트나 다녀야겠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시작하는 다음 주부터는 나 혼자 장을 보러 다녀야 한다. 오늘의 이러한 기억들이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내가 성장해가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