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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10. 2021

독일의 코로나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

  우리 가족은 어제 비자 신청을 하는 날인데 여권사진을 가져가지 않아 다시 비자 신청 일정을 응급으로 잡고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을 방문하려고 일찍 출발을 했다. 아이들을 비자 신청 후 학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준비를 하고 6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독일은 윈터 타임이 시작이라 시청도 일찍 문을 연다. 남편도 비자 신청을 하고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였다.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선 독일어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일어가 능통한 남편 회사 직원을 만나러 직원 집 근처로 향해 가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이른 아침의 문자는 늘 불안한 법이다. 스쿨버스 핸드폰 번호였다. 스쿨버스가 오늘 못 오니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주라는 문자였다. 스쿨버스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거 같다는 것이었다. 순간 이게 뭔가 싶었다. 사실 독일에 와서 한국처럼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는 더구나 가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집에만 있으니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한 지 몰랐는데 주변에 생겼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오늘 비자 신청 때문에 아침에 차량을 못 탄다고 메일과 전화를 해 놓은 상태라 비자 신청하고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면 되지만 집에 올 때가 문제였다. 천상 내가 지하철로 아이들을 픽업해오는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이 반가웠다.

  나는 독일어로 원활한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같이 동승한 회사 직원분에게 부탁을 드려 스쿨버스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전화를 부탁드렸다. 직원 중에 코로나에 걸린 분이 있는 거 같아 오늘 운행을 안한다고 했다.  이제 직원들이 병원에 가 검사를 받으러 가신다고 했다. 나는 우리 기사님이 걱정이 되었다. 3주 아침저녁으로 뵈면서 나름 인사를 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라고 독일어로 인사도 하고 했는데 걱정이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바쁘니 엄마가 지하철을 타고 데려다주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아이들은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특히 큰 애는 화요일마다 바이올린도 있고 짐도 많은데 걱정스러운 표정을 살짝 보였으나 애써 티를 안 내려는 거 같았다. 둘째는 너무 아쉬워했다. 스쿨버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실 다음 주는 아이들이 시험기간이라 큰 애는 아침에 8시 10분까지 가야 하고 10시 30분에 끝난다. 둘째는 8시 30분까지 가고 15시 30분에 끝난다. 남편도 다음 주는 출장이라 아침에 지하철로 가고 데리고 와야 한다. 나도 걱정이긴 했다. 큰 애를 데리고 집에 왔다가 둘째를 데리고 와야 하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려고 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집으로 남편은 회사로 갔다.

  겨우 비자 신청이 완료되고 집에 와서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집에 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를 잘못을 돌아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평소 바빠서 연락을 잘하는 남편이 연락이 왔다. 우리 기사님이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가 아니어서 다시 버스를 운영한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었다. 기사님들의 건강도 다행이고 운전 못하는 나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딸들도 다행이었다.



이젠 커피도 1.9유로에 사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쿠폰북까지  만들었다

 남편은 오늘은 집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라고 해서 나는 얼른 준비를 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아이들이 4시 10분에 끝나니 그 시간에 맞춰 갈까 하다 미리 가서 지난번에 못한 유니폼 잠바도 살 겸 유니폼 가게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갔다. 기사님이 코로나도 아니라고 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 커피도 사고 쿠폰도 찍어달라고 살며시 내밀었다.

  나는 학교 근처 지하철에 도착해서 이따 아이들을 데리러 올 때 시간을 맞춰야 20분씩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으니 표도 미리 구매를 해놨다. 스스로 준비성이 철저하다며 자화자찬을 하며 학교에 도착했다.  앞에 계신 경비아저씨에게 유니폼을 사러 왔다고 독일어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사실 요즘 스티커를 55개 모으면 0,99유로에 인형을 살 수 있어 스티커를 달라고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경비를 서시는 분에게 나도 모르게 스티커를 사러 왔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실수라고 이야기를 하고 유니폼으로 정정까지 했다.

 


  나름 유니폼도 사고 나의 준비성에 아이들을 만나면 좋아하겠지? 라며 서있는데 스쿨버스가 학교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 기사님이었다. 나는 얼른 가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정말 반가웠다. 기사님에게 오늘부터 차를 운행하냐고 하자 그렇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따 1시간 뒤에 탄다고 하고 그럼 잘 부탁한다고 하고 얼른 나는 지하철을 타러 갔다. 미리 끊은 교통비가 아까웠지만 괜찮은 기사님을 보니 반갑고 이제 지하철로 등하교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은 내내 우울하고 나를 반성하며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는데 오후가 돼서야 모든 짐을 벗는 순간이었다. 차비는 아깝지 않았다. 유니폼을 사러 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고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큰 애가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냐고 하자 집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스쿨버스 아저씨가 건강하시대. 코로나도 아니고 오늘 오후부터 버스를 타고 오라고 하자 큰 애는 좋아했다.

  우리 아이들도 아침에 소식을 듣고 기사님을 걱정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는 고생을 안 해도 되는 기쁨의 표시였는지도 모른다.


독일은 비가 자주 오는데 오늘은 해가 비치는 하늘이다.  하늘도 내 마음과 같이 맑았다.

  오늘은 비자 신청부터 스쿨버스, 학교 방문 등 모든 일이 하루에 이루어졌다. 나도 집에 와서 아이들 저녁을 주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정말 하루가 길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힘들었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인 거 같아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루가 바빠도 좋으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코로나가 얼른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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