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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an 14. 2022

엄마의 자존심

같이 공부하는 엄마

  아이들이 학교 개학을 하고 다시 열심히 다니고 있던 어느 날 둘째 책가방에서 독일어 동화책이 나왔다. 사실 지난번에도 눈사람 그림의 동화책이 나왔었다. 벌써 2번째 책이니 이젠 아이와 같이 읽어보고 해야 할 단계가 된 거 같아 사실 두렵긴 했다. 독일어 발음이 영어보다 더 어렵다.

  나는 둘째에게  "이 책 독일어 선생님이 주신 거지? "라고 하자 둘째는 그렇단다. 선생님이 읽으라고 모든 친구들에게 다 준거란다.

  큰 애는 고학년이라 본인이 알아듣고 숙제도 하고 하는데 아직 둘째는 선생님 알림도 종이로 오고 하기 때문에 책가방을 내가 확인하고 있다.

  나는 둘째가 읽을 수 있나 하는 기대에 둘째에게 "이거 읽을 수 있어? "라고 하자 "당연히 못 읽지." 라며 나에게 자기 친구는 그때 받은 독일어 동화책을 읽을 줄 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둘째에게 "그 친구는 엄마가 읽어줬나? 그 친구 외국인이니?"라고 하자 그렇단다.

  나는 둘째에게

  "엄마가 너 학교 간 사이에 모르는 단어는 미리 알아보고 갔다 오면 읽어줄 수 있도록 해놓을게.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둘째는 "진짜?"라고 해서 나는 "엄마도 잘 읽을 수 있어. 걱정 마. " 하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독일에 와서 이제 100일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사실 한국에서 혹시 몰라 사온 독일어 단어장과 독일어 능력시험 문제집으로 유튜브를 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 쉐도잉을 하는데 어려울 때도 많다. 내가 어느 정도 독일어는 할 줄 알아야 마트를 가도 포인트 적립도 하고 애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듣고는 있다. 근데 막상 독일인을 만나 무엇을 물어볼 때 다 알아드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언어는 자신감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약국을 가든 마트를 가든 모르면 독일인과 손짓 발짓하며 대화를 한다. 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대화가 되니 지금은 열심히 단어를 공부 중이다. 모든 단어집도 독일어로 변경된 지 오래다. 아이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독일어 단어 시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봐주고 체크를 해야 하니 나도 독일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둘째가 학교를 간 사이 모르는 독일어 단어를 찾아 발음을 들어보고 내용을 습득해놨다. 동화책의 내용인즉슨 진짜 완두콩으로 진짜 공주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10장밖에 안 되는 책이었지만 내용을 파악하고 모르는 단어는 발음 연습을 하고 내 나름의 도전이었다.

  둘째가 집에 왔을 때 나는 책을 읽어주었다. 둘째가 너무 좋아했다. 원어민 발음은 아니지만 그냥 엄마가 읽어준 책이라 좋아했던 거 같다. 나는 다음 책 갖고 오면 그 책도 같이 읽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독일어 동화책 내용을 술술 읽을 수 있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국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었다. 역할에 맞게 웃긴 소리로도 하고 무서운 소리로도 하고 표정으로도 하고.. 그러다 아이들이 크고 한글을 다 떼고 나니 알아서 읽게끔 했었는데 독일에 와서 같이 공부를 하며 독일어 책을 읽고 있다.

  1년 안에는 아이들이 나보다 독일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 독일어 시간에 자주 쓰는 문장들은 스펠링을 몰라도 다 외워서 말하고 다닌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그 전까지만 이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한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을 도와줘야겠다. 나도 얼른 독일어가 잘 들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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