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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an 20. 2022

딸이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 일어나는 일

둘째 덕분에 공부를 게을리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올 때쯤이면 항상 큰 애가 전화가 온다. 큰 애는 이제 버스를 탈 거며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둘째의 학교 생활까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준다. 둘째는 핸드폰이 아직 없기 때문에 큰 애가 학교에서 둘째와 나의 소통의 끈이 되어준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큰 애가 전화가 왔다. 보통 때와 목소리가 좀 달랐다.

  "엄마. 엄마 둘째가 00 이를 (외국인 친구) 집에 초대를 했대. " "엥?"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최근에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갔었는데 둘째 또래의 독일 아이들이 롤러스케이트를 공원에서 타고 다녀서 둘째가 자기도 롤러스케이트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하나 사줬더니 독일에 와서 만난 단짝인 된 친한 외국인 친구에게 자기 롤러스케이트를 샀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더니 외국인 친구가 좋겠다며 너희 집에 내일 가서 구경해도 되니?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둘째는 흔쾌히 괜찮다고 했단다. 더 웃긴 건 외국인 친구가 너희 엄마 영어 잘하니?라고 물어봤는데 둘째는 우리 엄마 영어 잘한다고 대답을 했단다. 나는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심란해졌다. 우선 큰 애보고 안전하게 둘째랑 같이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롤러스케이트 하나 장만했는데 이게 친구 초대까지 갈 줄이야...

  둘째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에게 외국인 친구 엄마 전화번호랑 친구 엄마 이름을 적은 종이를 보여줬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란다.

  나는 둘째에게 "엄마가 친구 초대하는 건 괜찮은데 엄마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외국인 친구 엄마랑 어떻게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겠어."라고 하자 둘째는 나에게

  "엄마. 엄마는 내가 빌려오는 영어책 술술 읽잖아. 그럼 영어를 잘하는 거지."라고 대답을 했다. 둘째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는 둘째에게

 "내일 꼭 가서 친구에게 우리 엄마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이야기를 해. 다음에 초대한다고. 알았지?"라고 하자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하는 우리 둘째는

  "엄마 나는 엄마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친구한테 못한다고는 이야기 안 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걸 고마워해야 할지...


  다음 날이 되어 학교를 갔다 온 둘째가 집에 오자마자  나는

 "친구에게 이야기했어?"라고 하자 둘째는 "00가 자기 엄마가 자기 집에 고양이가 3마리가 있고 평일이고 코로나도 심해서 갈 수 없대."라고 이야기를 했다. 속으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둘째에게 "친구에게 엄마 영어 못한다고 이야기했니? "라고 하자 둘째는 "아니. 그 이야기는 안 하고 우리 엄마 영어 할 수 있는데 조금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어. 내가 생각하기엔 엄마는 영어도 잘하고 독일어도 잘하는 거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를 이렇게 존경해주는 딸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둘째가 독일에 와서 외국인 친구와 친해져 서로 영어로 편지도 주고받고 대화도 하고 하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한다. 아이들은 확실히 어른들보다 환경 적응이 빠른 거 같다.

  올 1년 동안 독일어를 열심히 해서 애들이 외국인 친구를 초대한다고 할 때 선뜻 초대할 수 있어야겠다. 사실 최근부터 독일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독일 시트콤을 보고 있는데 왜 이리 독일어 말이 빠른지... 책에서 보는 독일어 단어와 듣는 단어가 다르게만 느껴진다. 쉽지는 않지만 습관이 무서우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둘째가 생각하는 거처럼 영어든 독일어든 진짜로 잘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둘째 덕분에 언어 공부를 게을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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