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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Dec 20. 2021

독일에서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하는 행복한 시간

  독일에서 아이들의 학교 방학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이렇게 깔끔하게 되어 있는 데 있는데 독일은 방학이 짧게 여러 번 있다. 얼마 안 간 거 같은데 일주일 방학이 있고 얼마 안 간 거 같은데 벌써 겨울방학이란다. 그래서 사실 좀 당황스럽다. 내가 집에 있어서 다행이지 일하는 엄마의 경우는 아이들의 학교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한국에선 아이들이 방학 동안 학원을 가거나 방학특강을 하거나 코로나 전에는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방학 스케줄을 짰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더 당황스럽다. 코로나 전쟁 속에서 방학 동안 아이들과 집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에서 독일 코로나 상황도 너무 심각하다. 지금 독일은 어디를 가든 코로나 백신 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마트를 가더라도 백신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코로나 테스트 한 걸 보여주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려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지하철에 사람들도 많고 해서 아이들에게 이번 방학동안은 집에서 있자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자고 했다.

  우선 아이들과 방학 기간 동안 한국에서 갖고 온 한국 공부를 해볼까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집은 갖고 왔는데 학기 중에 한국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여기 숙제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큰 애에게 12살이 되기 때문에 이젠 엄마가 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네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모르는 것만 봐주기로 했다. 큰 애는 알았다고 했다. 아직 불안하긴 한데 커가면서 본인의 공부시간이 필요한 거 같았다. 믿어주는 것이 필요할 거 같았다. 둘째는 이제 2학년이 되니 아직은 내가 옆에서 같이 해줘야 한다. 공부습관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이들과 상의 후 방학 오전 시간은 한국 공부 시간으로 잡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와 같이 하고 싶은 것을 둘이 상의해서 오라고 했다. 두 딸은 방에 들어가 상의를 하더니 종이를 갖고 나왔다. 나는 아이들이 싸워도 둘이 화해를 하고 대화의 시간을 하고 오라고 한다. 내가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둘이 상의를 하라고 한다. 그럼 긴 시간이 걸리지만 대화를 하고 나중에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서 온다.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에게 엄마와 같이 하고 싶은 것을 적으라고 했더니 둘이 상의를 하더니 매일 만들기다. 줄넘기도 3개가 있으니 같이 하잖다. 엄마 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적어오라고 했더니 점심 겸 베이커리 시간으로 잡았다. 그나마 다행히 하루는 베이커리를 빼줬는데 자세히 보니 나보고 같이 줄넘기를 하자는 것이다. 집에 줄넘기가 3개나 되니 엄마도 같이 운동을 하자고.. 줄넘기를 이야기하자면 역사가 깊다. 나는 아가씨 때부터 줄넘기를 오래 했다. 결혼하고 한참 다이어트한다고 할 때는 하루에 만개를 했었다. 2017년이니.. 그러나 이젠 줄넘기를 끊은 지 오래다. 그러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같이 하자고 하니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다. 나는 아이들에게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그 대신 너희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줘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걱정 말란다. 근데 사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얼른 나가 마트에 가서 빵 만들기 재료들을 사 왔다. 나는 독일에 와서 이렇게 까지 음식을 열심히 만들 줄 몰랐다. 요즘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면 점심을 뭐를 해줄 건지를 나에게 묻는다. 매번 물어보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정도는 엄마가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얼른 유튜브에서 해당 음식을 검색한다. 새로운 음식을 유튜브로 배우는 중이다.

빵 만들기 준비를 마쳤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넉넉해야 한다.
빵 매트까지 겸비했다. 이 매트만 있으면 반죽은 잘할 수 있다.

  방학 첫날 아이들은 점심으로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 돼지고기가 없는데 고민을 하다 냉장고에 닭가슴살이 있어서 닭가슴살로 만들었다. 방학인데 코로나로 집에만 있게 하기가 너무 미안해서 욕조에 물을 받아 수영복을 입고 한 시간을 놀게 해 주었다. 욕조가 크지도 않은데 둘은 그냥 좋단다. 놀 때는 진심이다.  

  나는 아이들이 욕조 물놀이를 하는 동안 얼른 닭가슴살을 전분가루에 묻혀 튀겨 탕수육을 만들었다. 이제 튀김요리는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할 수 있다. 다 만들고 나서 아이들 입에 하나씩 넣어주었다. 아이들은 욕조 물놀이도 물놀이라고 배고팠는지 엄청 잘 먹어주었다.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시켜먹던 탕수육을 집에서 하고 있다.

아이들은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해서 나는 닭가슴살로 탕수육을 만들어보았다. 유튜브와 재료만 있음 이제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 쿠키도 하나 만들자고 했다.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유튜브로 우리가 원하는 쿠키 영상을 찾아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방법을 터득해서 같이 만들자고 했다. 큰 애는 영상을 찾고 재료를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빵 만들기에 진심이었다. 사실 나 혼자 만들면 금방 만들 수 있는데 아이들과 같이 해보며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성취감이 있기 때문에 같이 하자고 했다. 물론 밀가루가 바닥에 다 튀고 주방이 지저분해졌지만 둘이 하며 낄낄 웃고 좋아했다. 싱크대에서 하다 결국 바닥으로 내려와 반죽을 만들었다. 무조건 둘이 같이 해야 한단다.


오늘 선택은 아몬드 쿠키이다. 이렇게 열심히 영상을 볼 줄이야. 쿠키에 진심이다.
쿠키 모양도 둘이 만들고 둘이 반죽하고.  결국 아이들은 부엌 바닥에서 쿠키를 만들었다.


  쿠키에는 맛있는 재료들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레시피대로만 하면 맛은 있다. 다만 모양은 아이들이 했기 때문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둘이 만들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런 기회에 우유를 주면 쿠키랑 우유를 잘 먹는다. 독일 우유는 한국 우유와 다르게 특유의 맛이 나서 처음 독일에 와서 아이들이 독일 우유를 못 마셨다. 그러다 내가 빵을 만들어주며 같이 주니 이제 좀 잘 마시고 있다.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힘들다. 1월 4일 날 개학을 하니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음식을 해줄 테니 너희들도 방학 기간을 한국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매일매일 알차게 보내자고 했다.

감자 호떡, 치킨, 탕수육, 웨지감자, 타코까지.. 토르티야도 만들어봤다.  사실 새로운 걸 한다는 것은 늘 실패가 따르지만 하다 보면 내 것이 된다. 맛만 좋으면 된다.



  사실 아이들과 그냥 방학을 쉬면서 보낼 수도 있지만 독일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서  어디를 자유롭게 못 나가는 게 하는 게 미안해 집에서 알차고 다양한 활동거리로 준비해주고 싶었다. 학교를 가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어디는 못 갔지만 집에서 엄마랑 빵도 만들고 줄넘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기억이 될 수 있기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래도 38년을 살다 코로나를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작년 10살, 7살부터 코로나를 경험하고 있으니 늘 안쓰럽고 미안하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집에서 방학을 보내더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아이들이 집에서 건강하게 있다가 개학날 학교를 갈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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