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77]
“나 지금 어디게?”
“프라하?”
“땡! 아니야.”
“음…그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 맞췄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나한테 연락한 이유랄까?”
어떤 곳에 갔을 때 갑자기 문득 누군가 생각날 때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곳을 정말 가고 싶어했던 사람이거나, 그곳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에게 이 풍경을 꼭 보여주고 싶다거나, 아니면 나를 너무 걱정하는 사람에게 내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거나.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생각난 사람은 조금 다른 경우였다. 나보다 앞서 이곳을 여행하면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갔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을 아직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바라나시에 막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내가 인도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8할을 만들어준 사람이 인도에서 가장 사랑했던 장소가 바라나시였다. 그 사람이 바라나시에서 지냈던 여행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인도 여행의 꿈을 키웠다.
당연히도 나는 바라나시에서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나 안부를 대신 묻고, 그 사람에게 그들의 인사를 편지식으로 전해줬다. 다행히 그 사람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라 했다. 누군가의 기억을 다시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그 때 느꼈던 행복을 이만큼이나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처럼 와 닿은 적이 없었다.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다.
여행지에서 누군가가 문득 생각난다면 일단 충분히 나서서 먼저 연락을 해 볼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 사람을 잠깐이나마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