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81]
'와 이건 뭐야. 무슨 심오한 생각을 담아놨길래 이 모양이지?'
그렇게 크지 않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그려진 검은색 사각형. 그림은 그게 전부였다. 주위에 널려진 수많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당당히 벽에 걸려있는 작품이었다.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작품의 제목도 그냥 <Black Square>여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김을 그린걸까?
대기오염으로 별이 하나도 안보이는 밤하늘?
연탄을 현미경으로 들여본 걸 그린걸까?
아니면 인간 내면에 잠들어있는 허무의식, 뭐 그런건가?
한참을 이 그림을 뜯어보려고 집중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같은 그림을 보던 친구들이 웃으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뭐긴 그냥 말그대로 검정색 사각형이지. 색깔은 검정, 모양은 정사각형. 그게 끝이야!"
요새 들어 점점 여행이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뭐라도 특별한 게 일어나길 바라면서 눈에 불을 켜고 그런 비슷한 걸 찾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잠시 잊고 있었다.
-
P.S. "겨울은 추우니까 겨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 추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