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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야 Feb 26. 2020

단편 영화 <2인3각>

내가 끈을 묶은 다리가 어느 쪽이었던가.

<2인3각>

2018, 이진우 감독


 <2인 3각>은 ‘단편 퀴어’라는 장르에 있어서 적지 않게 봐온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설정이기도 하다. 예진(김재현)과 은주(김노진)는 친구이다. 예진은 늘 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성격도 좋다. 그런 은주를 은주에게 예진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지원자가 없어 ‘2인 3각’ 경기까지 나가야 할 은주를 보고 예진은 자신이 나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예진은 다리를 다친 성진(김현목)과 경기 연습을 하게 된다.

  

우선 캐릭터 이야기부터 해보자. 은주와 성진,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큰 문제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캐릭터의 이미지 또한 잘 맞아 보인다. 그들의 행동 역시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돌출된 구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말하고자 하는 캐릭터는 은주이다. 시작부터 은주는 예진의 친한 친구이며 이타적인 인물로 보인다. 물론 그런 그녀 역시 친구의 말 한마디에 속상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자신보다 성진과 더 친해진 듯한 예진을 보고 일종의 질투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경기 연습을 하는 예진과 성진에게 찾아와 괜한 시비를 걸며 질투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은 초반부터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은주의 모습과 많이 어긋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우상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그녀이기에. 따라서 운동장에서의 이 행위에 갑작스러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분명 그녀의 고민을 보여주는 장면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시점은, 이 영화의 시간은,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은 조연인 그녀의 당위성까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문제는 은주라는 인물만이 문제인가. 이제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출처 - 네이버 영화

 겉으로 봐서는 결국 조금씩 친해지게 된 예진과 성진을 보고 은주가 약간의 질투를 하며 두 친구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때 예진과 성진이 친해지는 과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체대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예진은 다리를 다친 채로 그저 열정만 앞서는 성진을 보며 잘못된 자세나 호흡법 등을 알려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행동일 것이다. 그렇다, 누구나 겪어 본 이야기. 그리고 싸우게 되는 두 소녀. 그러다 예진은 좋아하게 된 성진은 자신에 대한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고, 결국엔 다음날 예진이 진짜 좋아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이 영화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영화는 결국 누구의 시점이었나.


출처 - 네이버 영화


 물론 이 영화의 제목이 시사하듯, ‘2인 3각’은 세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즉, 흔히 말하는 일종의 ‘삼각관계’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캐릭터 각자가 다른 인물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화는 계속 예진의 시선으로만 진행을 해왔고, 그녀의 감정이 주가 되고 그것으로 이끌어가는 영화여야 한다. 단편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기에.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예진과 성진의 시점을 동등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즉, 예진과 은주가 운동장에서 싸우고 난 뒤, 갑작스럽게 시점은 성진의 것으로 변하는 것이 이 영화의 문제이다. 두 소녀가 떠나고 난 뒤, 성진은 어두운 운동장에 홀로 남아 아픈 다리와 함께 빠르게 걷는 연습을 한다. 게다가 이 장면은 그의 플래시백까지 함께한다. 시점이 온전히 그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예진이 있는 교실 밖에서 그녀가 은주에게 입을 맞추는 것을 보게 된다. 


 말했듯이 우리는 처음부터 예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우리는 성진의 시점으로 그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에게 이입해야 하는가. 시작을 함께한 예진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끝은 맺는 성진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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