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야 Feb 26. 2020

단편 영화 <옆구르기>

구르고 난 뒤, 그때의 아쉬움처럼

<옆구르기>

2014, 안주영 감독




 옆구르기 체육 시험, 이것을 주축으로 주변의 소동들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그때의 추억을 소환하여 미소를 짓기에 충분한 기분을 떠오르게 만든다. 거기다 체육 선생의 대사와 행동들은 실제 우리가 겪었던 그분들의 그것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기에 아깝지 않은 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 또한, 의도치 않은 과거 우리의 행동이 여전히 기억하는 창피함을 만들어냈지만, 그와 버금가는 잊지 못할 행복함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갈등을 겪지만, 그것이 또 다른 일과 만나 좋은 일로 변모하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건드리는 방식이기에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정은이라는 소녀의 성장 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작품은 그 웃을 수 있게 된 감정들을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과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 갈등과 마지막 케릭터 중심의 변화가 한 가지로 집중된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많은 영화들이 그래왔듯, 이 영화 역시 실제 겪은 사건들의 파편이 보이지만, 그것 역시 좀 다른 위치해 놓인 것처럼 보인다. 굳이 표현하자면, 정은의 일화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안주영의 일화라기보다는, 그 옆에서 목격한 현흡 일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정은의 감정에 기준을 두고 여러 사건들과 소동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씩 끌어모아 이어간 느낌을 전달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렇다고 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잘 모르던 한 소녀가 짝사랑의 감정을 시작으로 많은 경험과 언젠가 웃게 될 기억을 쌓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것을 존재한다. 얘기한 것처럼 만약 이야기가 캐릭터의 감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이야기 속의 자잘한 설정에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거기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정은이 왜 아침마다 늦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이 실직한 것으로 보이는 아버지 때문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더불어 왜 아버지가 실직한 것인지, 그래서 가정에서 아버지의 현재 위치와 그에 대한 정은의 감정이 어떤지도 잘 알기 힘들다. 다시 말하지만, 만약 이것이 어떤 정확한 축을 기준으로 이어진 영화라면 이런 것들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설정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되는 이야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 때의, 일종의 새옹지마를 다룬다면 발단이 되는 사건들에 의문점이 있는 것은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의 진행 방식과 연출 때문에 설정에 있어서 의문들이 존재한다. 또한, 편집에서도, 혹은 시나리오에서도 몇 가지 문제들이 보인다. 정은과 현흡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변태를 만난 장면의 그 직전 장면을 생각해보자. 그 장면에서의 문제는 크게 없다. 그러나 그 이전의 장면은 전날 밤으로 보이는 시간이다. 이 작품은 전부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물론 이 장면 역시 시간순서이다. 그런데 이 시간 순서가 너무 정확하다는 것이다. 정은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집 – 등교 – 학교 – 하교 – 집과 같은 너무(?) 정확한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언급한 장면에서는 갑자기 두 소녀가 지하철을 타고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우리는 정은이 지하철을 타고 등교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조금만 여유를 두고 지하철로 등교하는 장면을 보여주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 그런데 갑자기 그녀들이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했듯 그 이전까지의 방식을 보면 분명 그 지하철에서의 장면은 하교보다는 등교의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하교의 장면이고, 이렇게 불쑥 보여준 장면에서 또 한 번 불쑥(?) 한 남자가 출현한다. 물론 이 장면 역시 여중생들이 겪어 보았을 법한 일화 중 하나로서 나온 것일 테지만, 이러한 갑작스러운 편집과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용의 중심을 감독의 의도와 다른 곳에 두게 된다. 그 때문에 몇몇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첨언을 붙이자면, 이 지하철 플랫폼 장면과 정은이 옆 구르기를 하다 속옷은 보이게 되는 장면은 거의 같은 밀도와 힘을 가지고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옆구르기 시험을 보던 그 시절의 감정과 느낌을 잘 살려놓았다. 그렇기에 에피소드 방식을 사용한 이유 역시 의문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에서도 보여주는 이야기의 틀이 있기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단편 영화 <컨테이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