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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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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쌀
Apr 30. 2020
오늘은 사월 초파일이다. 작년에는 흥인지문 큰 거리에서 연꽃등 행열을 보았는데, 올해는 모든 행사가 연기되어 고요하다. 해마다 이맘때는 황금연휴가 겹쳐 꽃놀이로 분위기가 술렁댔었다.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인간 세상사 인듯하다.
한 사내가 석가모니를 찾아가 호소하였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에 개털입니다. 주고 싶어도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사내는 주머니를 뒤집어 먼지를 털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그렇지 않느니라
. 너는 남에게 줄 수 있는 귀한 일곱 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느니라.
정말요? 그게 무엇입니까. 사내는 보물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석가모니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미소와 눈길에 사내의 불만 가득했던 마음이 따뜻한 방안의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 녹아내렸다.
네가 가지고 있는 일곱 가지는 이런 것이니라.
첫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타인
을 대하는
화안시.
둘째는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등을 하여 말로서 베푸는 언시.
셋째는 따사롭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심시.
넷째는 호의적인 눈길로 부드럽게 사람을 보는 안시.
다섯째는
봉사와 친절 등 몸으로 남의 짐을 같이 들어주는 신시.
여섯째는 때와 장소에 맞추어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
일곱째는 굳이 묻지 않고 알아서
상대의
마음과 사정을
헤아려 살펴주는 찰시를 너는 지니고 있느니라.
이는 법보장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내는 재물 이상의 값어치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얼굴에 온화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베푼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돈 한 푼 안 들이고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 저절로 하는 일마다 실타래 풀리듯 슬슬 풀렸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2020.부처님오신날 봉은사(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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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등단작가. 서로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글을 쓴다. 문학평론가. 수필가. 시인. 한양대학교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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