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근한 체온

by 햇쌀

사람은 누구나 숨을 곳이 있다. 그곳에서 영혼의 안정을 느끼며 다시 기운을 낸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장소가 한두 군데 정도는 있다. 그곳의 냄새나 맛, 분위기에서 안정을 느끼며 영혼이 기운을 얻는다.


반려 동물도 그렇다. 로코가 소파 위에 놓여 있는 책을 물어뜯어서 나도 모르게 팔을 뜯긴듯 소리를 내지르고 책을 휘둘렀다. 휘리릭 털깃을 스쳤을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연두색 잎새로도 건드리면 안 되는데....
여하튼 늦은 후회다. 녀석이 놀래서 어디론가로 튀어갔다. 집안에서 키우는 개가 어디 가 봤자이지만.

속이 울컥했다..
"무지한 것이 책을... "
얼마나 상했나 책의 상처를 살펴보다가 주변이 너무 고요함을 느꼈다. 둘러보니 녀석이 온데간데도 없다.

어디 갔지. 제집에도 거실에도 안방에도 건넌방에도 주방에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찾아들어 간 곳, 화장실이다. 정확히 화장실 변기와 휴지걸이 사이의 틈. 그 어둑한 곳에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 동굴의 슬픈 짐승처럼.

좀 놀랐다. 바로 안아줄까하다가 그냥 물러섰다. 개 마음이 풀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줄까 싶었다. 주인이 먼저 너무 쉽게 풀어져서 상냥한 목소리로 변하면, 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헷갈려할 거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참을성이 부족한 주인이었다. 강아지보다 먼저 지루해져서 먹먹한 가슴이 열을 세지도 못했다.


"로코야 이리 와 미안해, 미안해..."
"이게 뭐라고... "


낑낑대며 품을 파고드는 녀석의 밍근한 체온. 보드랍다. 또 한번 울컥했다.

때론 밍근한 그 체온이 너무 그립다. 오늘 그것을 찾아갔다. 춘천은 분지라 추웠지만, 생전의 엄마품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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