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의 불안

by 햇쌀

137센티의 눈이 한라산을 덮고, 3.65킬로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6.5도의 체온으로 전달되던 날, 2.9킬로 강아지는, 암탉의 배를 갈랐을 때 볼 수 있는 생기다만 붉은 알( 卵)만한 고환을 떼어냈다. 고만한 욕망이었나.

한파에 아려왔다. 북극에서 오줌을 누면 고드름이 돼버린다던데, 산골에서 끓는 물을 버리자 바로 고드름이 되었다고 하니 보통 맹추위가 아닌 것이다.
한파의 진앙지는 북극의 해빙이다. 그 여파가 지구촌의 겨울을 얼어붙게 한다. 해빙되지 못하는 것이 초래하는 불안. 반려견이 커갈수록 운동량을 늘려주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수컷의 성정이다. 절대 해빙할 수 없는 운명. 자신의 가랑이를 자꾸 햩고 목욕을 시킬 때 흥분한다. 배를 씻길 때 딱딱한 것이 손에 닿으면 내가 지레 더 놀래는 형국.
"요것이!...."
해빙될 수 없는 본능은 슬프다.
매서운 추위에 에너지를 소비해 주려고 밖에 데리고 나가기도 불안한 때, 불어나는 남성 성아! 욕망의 상생아! 욕망의 소멸이 오히려 잠재된 불안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할 시점이 자라지 않는 종양이기만을 언제까지 바랄 수 없다.


극한의 추위와 더불어 로코의 남성이 수의사의 손에 제거되었다. 해방되었다. 수술시간은 단 10분이었고, 마취로 인한 몽환의 시간은 건강해서 한 시간 정도로 끝났다.


이제 새로 태어났다. 단 한 번도 해빙되어보지 못한 털 부숭이 몸뚱이를 폭 싸안고 귀가했다. 녀석의 눈빛은 창으로 새어든 달빛을 품고 밤새 쓸쓸했다.


지상의 모든 게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대지는 그 깊은 속에 생명을 파종하고 있으리라. 얼어붙은 바다는 온도를 아래로 아래로 바닥으로 누르리라. 언제나 한쪽에서는 파멸하고 한쪽에서는 깊은 속과 바닥이 생명을 단단하게 지켜 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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