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달라졌다. 아무리 더웠어도 저녁이면 해가 넘어갔듯이 가을이 문턱에 왔다. 코로나 19와 함께한 뜨거웠던 올여름이 지나간다.
찌르르 찌르르르르 귀뚤귀뚤. 자연스레 가을 소리를 찾아가는 절기가 신비롭다. 그 느낌에 냉방기를 끄고 창문 쪽으로 다가서서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선선한 느낌의 공기가 들어온다. 때마침 대모산 너머로 넘어가는 태양빛이 구름에 반사되어 하늘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우화등선. 석양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에 한번 더 감사하다.
여름 막바지에 들어 있는 입추.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다. 앞으로도 뜨거운 햇살이 느껴지는 맑은 날씨가 당분간 계속되리라.
가을아 벌써 온 거니? 강아지 산책길에 늘 보게 되는 노을인데 이렇게 보니 특별하게 느껴졌다. 강아지도 눈에 노을을 담은 듯 검은 눈을 껌벅인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음에 먼저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난날의 상처가 노을에 배어 있는 듯도 했다. 한참 동안 노을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산벚꽃 같은 노을빛에 물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입추다.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 놓고,
확 죽어 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 김용택 , 우화등선(羽化登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