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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쌀 Feb 01. 2022

설날 떡국



인간 정서의 심층부에 저장된 정서는 여러 가지 경험으로 형성된다. 그중 맛을 빼놓을  없다. 설날에 먹는 떡국 맛은 특별한 정서를 불러온다.

떡국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 옛날 먹었던 떡 만둣국 맛을 뇌가 재현할 수는 없었지만, 세 식구가 말없이 흠흠 먹었다. 간식으로 한과와 커피를 마셨다. 만질 수 없는 맛과 한 순간이 마음 밑바닥에 저장되었다.


  거실에서 내려다보니 밤새 눈이 내렸는지, 온 세상이 하얗다. 상서로운 기분이 들었다.  쌀가루 같은 눈이라고 하지 않던가.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드르르 커튼을 걷으며 괜스레 강아지 이름을 자꾸 불러 보았다. 녀석이 황송한 지 꼬랑지가 떨어져라 살랑대었다.


  빳빳한 것으로 준비해놓은 신권을 강아지에게 줄 수는 없는데, 아들이 세배할 생각을 안 한다. 벌써 25살 되었구나. 내 나이 세어서 무엇하리.

간소한 명절이지만 마음만은 충만했다. 문득 어머니 만둣국 맛이 생각났다. 신포기 김치를 다져서 고기를 넣어 빚은 김치 손만두. 떡은 얼마나 매끈하게 목구멍을 타고 쏙 내려갔던가.

충만이 결핍이 되지 않기를.*





설날



설날에 떡국을 끓여 먹으며


내 나이 대신


아들의 나이를 헤아려 본다.


벌써 25살



화살처럼  빠르게 가는  시간


잡을  수는  없지만


매 순간  감사하며  살아가라는


하늘의 선물



2022년 설날,


밤새 눈이 살포시 내려


세상의 시끄러움을 잠시 덮었다


새둥지에 눈까지 품은


 겨울나무가


살 에는 추위에


꿋꿋하게 서 있다


작은 불만을 말해 무엇하리


모두 건강하니 감사하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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