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밥이 물과 같이 스며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물에 대하여 쓰고 싶어서, 제목을 물이라고 하면 아무런 흥미가 없다. 그런데 물의 본질 중 하나를 꼭 집어서 침투라고 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삶으로 침투된 기억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침투란 단어에는 급속도로 빠르고 깊이 파고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007 요원 침투 같은. 그것이 이미지가 아니라면, 물의 스밈에 관하여 쓰면 된다.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듯 스며든 기억을 삶에서 꺼내 쓰면 된다. 천천히 물든 기억은 스민다고 하니까. 침투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기억 상자에서 물에 관한 글 밥을 꺼낼 때, 침투된 듯한 이미지를 꺼내서 순화된 언어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 또는 천천히 오랜 시간 스며든 이미지를 꺼내서 간곡한 언어로 사연을 전개한다.
볕이 뜨거운 날, 물동이가 뒤집어져 마른땅에 쏟아졌다고 생각해보자. 문장이 삼투압처럼 원고지로 흡입된다. 침투하듯, 스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