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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시안 Jun 09. 2021

바람 부는 날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스테인레스 커피포트가 툴툴거린다

그 소리를 알아차린 서랍 속 커피 캡슐들은 들석들석 요란하다

좁은 서랍은 답답하다고 온갖 향기를 품어 대지만

향기보다 강한 알루미늄은 오늘은 아니라고 철통방어를 한다


원두커피 입구가 열리자 에티오피아 하늘과 태양이 예가체프를 품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흰꽃 오렌지향을 따라오라며

나의 손을 잡고 정글 같은 숲길을 지나

산꼭대기 뜨거운 하늘 밑에 도착했다


휘휘 저은 세상은 까맣게 변했어도 쓰기는커녕 새큼달큼했다  

뜨거운 태양에 타버린 것이 내 마음인지 커피가루인지  

삼킨 것이 예가체프인지 까만 내 마음인지

바람은 말없이 내 등을 토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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