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회색빛 도시는 분홍 꽃잎으로 호사를 누리고
사람들은 더이상 뛰지 않는다
하늘비는 천천히 걸으라고 내리나 보다
다 괜찮으니 뛰지 말라고
나의 숨찬 발걸음 앞에도
한잎 두잎 꽃잎을 떨어뜨려준다
비가 내린다
정류장의 연인은 입맞춤으로 이별을 하고
연인들의 시간은 회전을 한다
한 손에 케이크를 든 가장은
걸어도 빨라지지 않는 걸음을 재촉하고
나는 따뜻한 옥수수 한 봉지 가슴에 안고
꽃잎 둥둥 떠 있는 빗길을 지나 집으로 간다
낮에는 오랜만에 굵은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없이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은 것이 얼마만인지. 몇분 사이로 빗방울이 소나기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데 바람이 시원했다. 글을 쓰면서부터는 버스를 기다린다거나, 카페에 먼저 가서 기다릴때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무언가를 끊임 없이 생각하다보면 지루함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버스를 타고 앞자리에 앉았다. 커다란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잘 못보았나 다시 보아도 유리에 부딪혀 또르르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처럼 보였다. 비가 눈처럼도 보일 수가 있구나. 물질이든 무엇이든 정해진 대로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할일들이 줄을 서있다. 문제는 내가 멀티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두개 세개를 잘해 내기란 나에겐 역부족임을 느낀다. 그나마 하나에 꽂히면 그런대로 하려고 하다가도 동시에 밀려올 땐 난감해진다. 아이들의 시험과 병원검진과 이런저런 해야할 일들에 밀려 연재 원고 마감일을 놓칠뻔 했다. 정오까지 보내야 하는 원고를 전날 밤 두시가 넘어서야 생각이 났었다. 놓쳤으면 어쩔뻔 했을까 생각에 진땀이 났다. 그동안은 며칠전에 보내 놓고 잊고 지냈다. 올해는 특히나 한주가 빨리 가고 돌아보면 한달이 또 지나고 있다. 하나만 해야 하는 내가 한번에 여러가지를 해야 하니 깜박깜박 해질 때가 종종 생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보통때 같으면 나는 과부하를 느낀다. 마음도 내가 정한 만큼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해야하는 것들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면서 한개밖에 못하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규정지으며 살았다. 그런데 어쩌다 한개가 아닌 여러개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가 만들어 놓은 일들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두세개를 어떻게 하지? 난 원래 하나만 해야하는 사람인데'라며 외면해 보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다행스런 것은 완벽하진 않지만 벌려 놓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동시를 썼다. 시를 쓰다가 동시를 쓰려니 감정에 간극이 느껴졌었다. 동시를 쓰다가 시를 쓸때보다 시를 쓰다가 동시를 쓰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런데 동시를 써보자고 생각을 하면서 일이 커져 버렸고
며칠을 아이의 시선으로 사물을 대하고 삶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비온뒤의 지렁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고 빨래에 따라온 작은 거미도 보였다. 하물며 윙윙대는 모기와 초파리도 반가웠다. 모든 것이 동시의 주인공이 되어 주었다.
최대한 몇편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고, 밤샘을 하면서 썼다. 희한한것은 목표를 잡고 어느 정도까지 써보다 보니 쓰윽하고 써지는 순간이 오더라는 것이다. 물론 턱없이 부족해도 그마음 보다 했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프린트를 하고 느끼는 마음은 '그래, 잘했어' 내가 나에게 주는 토닥임이었다.
무엇이든 하다보면 조금씩 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보다 훨씬 씩씩하고 용감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한던 글들이 조금씩 써지는것을 보면 글력이라는 것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다보면 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치일지 모른다. 그렇게 살다보면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 비록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지만 알 수 없기에 가능성과 희망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