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통에서 네 컵 쌀을 담는다
오늘도 같은 양이다
같은 양이라서 감사한 일이다
물을 받고 뽀얀 물을 내린다
설익은 시름이 흘러내려간다
무심의 시간,
맑은 물을 만나니 뿌옇던 시야가 환해졌다
여든여덟 번의 마음이 쌀 한 톨이라니
밥은 얼마나 사랑이 많을까
그토록 뜨거운 이유가 있었다
하얀 밥을 푼다 김을 굽고 간장을 담는다
뜨거운 밥에 김 한 장 얹고 간장을 찍어 먹으면
노릇한 고등어 한쪽 올려 아이 입에 들어가면
물 말아서 창난젓 한 젓가락 들어가면
오늘의 행복치는 그걸로 되었다
매일같이 쌀을 씻는 이유는
매일 같은 슬픔을 흘려보내기 위함이다
밥을 짓는 마음은 슬픔보다 한수 위라서
흐르는 물과 함께 흘러 보내기 위함이다
어쩌면 마주할지 모르는 슬픔에 맞서
밥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