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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이 꿈입니다만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2시탈출컬투쇼에 방청 신청을 했다. 진행자 김태균 씨가 방송국 작가들 긴 글 싫어한다고 제발 짧게 써 달라고 했는데 주저리주저리 길게 썼다.

- 저는 퇴직에 성공했는데 아들은 취직에 실패했어요, 같이 가고 싶어요

설마 될까 했는데 두둥! 방청 당첨 문자가 떴다. 당일 12시 50분까지 목동 SBS 오라는 안내였다. 바로 3일 뒤였지만 갈 수 있었다. 왜냐면 나는 퇴직자니까! 아들에게 눈치껏 시간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겠다고 한다. KTX를 예매하고 입고 갈 옷을 고르니 이런 것을 하면서 살아도 되는구나 실감이 났다.


오십여 명의 방청객들이 삼삼오오 모이니 오늘 게스트를 알려준다. 폴킴이란다! 브레이브걸스란다! 깨춤을 추었다. 간단한 안내도 듣고 바로 녹음방송부터 했다. 휴일 방송을 위한 녹음방송이지만 대충 따윈 없었다. 그것도 방청객과 함께 한다니 정말 대단한 방송국 님들이었다.

코앞에서 브브걸이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니 아들은 냅다 허리를 돌리며 화답했다. 폴킴이 모두가 다 아는 그 노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부르는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힘들 때 이 노래 들으며 걸었던 기억, 운전하며 들었던 기억, 평일 낮에 이러고 앉아서 듣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 기분 등이 한꺼번에 흘러내렸다. 손수건 따윈 없었으니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라도 풀어서 눈물을 닦았다. 아,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라이브와 음원의 목소리가 똑같았다. 어느 콘서트장이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단 말인가!


- 이 맛에 방청합니다

라고 문자도 남겼다. 내려오는 길에 세어보니 오늘 만난 연예인이 총 9명이었다. 잠깐 광고할 때 숨 한 번 돌리던 김태균 씨가 생각나 이제는 광고도 열심히 들어야지 싶었다. 맛깔나고 재치 있게 그리고 문득문득 진중한 김태균 씨의 진행은 가슴에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한 분야에서 오래 해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단단함이었다.


방청객도 야무진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세 시간 동안 화장실은 못 가니 미리 대비해야한다. 중간중간 문자도 보내고 참여도 하고 웃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눈치껏 잘해야 한다. 첫 방청을 잘 했으니 다음엔 더 기대된다. 프로 방청러를 꿈꾸며 오늘도 난 방청을 신청한다. 다음은 개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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