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대화, 첫 번째

by 여선

이야 이거 이제 막나가는 놈이네. 힘들 때만 날 쏙 찾아오더니만 이젠 지 급하니까 막 불러 엉? / 아 알았어 알았어. 뭐 먹을래. / 캬 이놈 보소. 먹이 줄테니까 입 싹 씻어달라? 이거 순 나쁜놈 아냐? 선생님 이새끼 순 나쁜새끼에요! / 야야 제발 좀. / 그래 그럼.... 언니, 여기 막걸리랑 파전으로 하나 가져다 주세요. / 후우우우. / 뭘 그렇게 한숨 쉬어? 기껏 불러놓고 사람 앞에서 부정타게 한숨짓냐? / 맘에 안 들어서 그렇다 왜. / 뭐가 제일 맘에 안드는데. / 일단 제일 큰 건 너무 글을 급하게 썼어. 이러면 안되겠더라. / 잘 아네. 슬금슬금 지켜보는데 참 불안하더라 엉? / 4년 전만 하겠냐. / 하긴야 그건 또 그렇지. 그때는 거의 시체나 다름없었으니. / 뭐 그걸 다 지났기에 다시 너랑도 이야기할 수 있고, 이렇게 글로서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해. / 그래 참 출세했다 작가님 그치? / 놀리냐. / 놀려야지. 얼마나 인기작가님인데요오오오. 글쵸오오오오. / 아 진짜 화낸다. / 화내? 니가? 캬 이 친구 4년전에 비하면 엄청 달라졌네. 옛날엔 뻥긋도 못해서 불쌍한 느낌 들더니만 내가 호랑이를 키웠구나 호랑이를 키웠어. / 뭐라는 거야. 그때는 그럴 기운도 없어서 그런 거였고. / 그래 이젠 다 끝났으니까 땡! 이다 이거지? 아유 막나간다 막나가. / 뭐래. 아직 안 끝났거든. 아 여기요. 감사합니다. / 한 잔 따라 봐라. / 말이나 못하면.... / 니가 말이나 똑바로 했으면. / 됐다. 자 건배. / 크으....술도 못하는 놈이 왠일로 이런 데를 다 와. / 먹고 싶었으니까. 뭐 그런 거 아닐까? / 뭐 그렇다 치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 없어 이젠. 그냥 이렇게 중얼중얼 헛소리나 늘어놓으려 왔지. / 막걸리 한 잔에 취할 놈이 아닌데 왜이래 이거. / 왜이러긴. 뭔 일 있어야 말 하냐. / 적어도 넌 그랬잖아. / 그런거 좀 벗어나고 싶다. / 잘못된 건 아는구만? / 그래. 그러고 싶어 정말. / 음....얘 왜이리 변했지. / 변했다구? / 그래. 4년 전에 두어 번 만나서 이야기 할 때는 이러진 않았던 거 같은데. / 뭐가 변했는데. / 그냥 죽어가던 놈이 생기가 돌아와서는 지 할말 펑펑 하는 게 신기해서 말이다. / 글쎄다.....뭐라고 해야되냐. 그럼 물어보자. 나는 변했어? / 뭐 글쎄다. 변한 거 같다. / 과거의....그러니까 4년 전의 나는 진화하든 발전하든 뭔가 변하길 바랬지. 그 때의 모습인 걸까? / 글쎄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니가 원하는 모습은 아닌 거 같은데. / 그렇겠지? / 너 설마 니가 변했다고 우쭐해하고 있는거 아냐? / 그럴 리가. / 맞고만 뭔소리야. 글쎄, 내가 뭔 소리 할지 알지 너. / 어. 알거 같아. 내가 엄청 많이 변했다 생각한 거는 남들이 모르는데 내가 사소하다 생각하는 변화는 남들이 크게 보아주는 그런거? / 뭐 그런 거지. 생각해봐. 넌 아직 더 할 수 있다. 4년 뒤의 너를 생각해. 지금이 터널을 들어서는 입구야. 영감님이 한 말을 떠올려봐. / ‘인생은 터널과 같아서 뒤돌아 봤을 때 그 터널을 얼마나 밀도있기 지났는지에 따라 잘 살았는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 아직은 더 달려라. 너도, 나도 무언가를 판단할 타이밍은 아닌거 같다. 달려 임마. / 알았어. 야 근데 술 한잔 마시고 말 너무 많이 했다. 목이나 축이자. / 그래. 제사상 지내는 거도 아니고 이게 뭔.... / 건배. / 야 이놈이 건배 선창할 줄은 또 몰랐네. 건배!/



20150930

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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