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스럽게도 여름같이 더운 낮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침과 밤은 쌀쌀한데 방안에는 모기가 앵앵 돌아다닙니다. 동생은 모기를 견디지 못하고 거실에 가서 드러눕는 나날들입니다. 추석도 지나고, 이제 겨울의 다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달이 지나면, 어쩌면 이 달 내에도 차가운 햇님을 볼 수 있을까요. 그때가 다가온다면, 저는 초겨울마다 입던 푸른 야상을 꺼내입고 터벅터벅 학교를 다니지 싶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다들 조금씩 무거워지겠죠.
그 말은 곧, 저에겐 더 바쁜 나날이 이어진다는 의미기도 할겁니다. 11월까지 주전공과 복수전공의 졸업논문을 써야 됩니다. 처음 써보는 거라서 걱정된다고 전공 교수님께 엄살을 부렸더니 교수님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여선군, 다 처음해보는 거에요. 처음 졸업논문 쓰고, 처음 졸업하고, 처음 결혼하고, 처음 직장에 다니고....그러니 부담가지지 말고, 할수있는만큼 열심히, 꾸준히 해보세요.
항상 조급하게만 생각했습니다. 한달 내에 열 편의 글을 새로 써야 했고, 그 글이 좋은 글인지 자신도 없고, 제 앞에 차례차례, 혹은 한꺼번에 다가오는 모든 과업들을 저는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차분히, 꾸준히 하는게 답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유롭게 살아보렵니다. 이렇게 산다고 물질적으로 무언가 달라진다던가 그런 건 없겠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더 많이 생각하고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좀더 무언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굶어죽는다면, 그거야 제 팔자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소같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보고 싶습니다.
여선을 가석방시켜보렵니다. 말만 이렇게 하는 걸지도 모르고, 행동은 언제나 미숙하고 어려서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마음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마음을 지킬 수 없다면, 깊숙이 한켠에 보관해두고 꺼낼 수 있을 때 꺼내어 잘 여물수 있도록 가꾸겠습니다.
월간 여선 10호, 시작합니다.
9월보다 양도 적고, 내용이 이를 상회할만큼 좋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느릿느릿 써볼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1007 원당에서
여선 엎드려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