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10월을 열며

by 여선

요상스럽게도 여름같이 더운 낮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침과 밤은 쌀쌀한데 방안에는 모기가 앵앵 돌아다닙니다. 동생은 모기를 견디지 못하고 거실에 가서 드러눕는 나날들입니다. 추석도 지나고, 이제 겨울의 다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달이 지나면, 어쩌면 이 달 내에도 차가운 햇님을 볼 수 있을까요. 그때가 다가온다면, 저는 초겨울마다 입던 푸른 야상을 꺼내입고 터벅터벅 학교를 다니지 싶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다들 조금씩 무거워지겠죠.


그 말은 곧, 저에겐 더 바쁜 나날이 이어진다는 의미기도 할겁니다. 11월까지 주전공과 복수전공의 졸업논문을 써야 됩니다. 처음 써보는 거라서 걱정된다고 전공 교수님께 엄살을 부렸더니 교수님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여선군, 다 처음해보는 거에요. 처음 졸업논문 쓰고, 처음 졸업하고, 처음 결혼하고, 처음 직장에 다니고....그러니 부담가지지 말고, 할수있는만큼 열심히, 꾸준히 해보세요.


항상 조급하게만 생각했습니다. 한달 내에 열 편의 글을 새로 써야 했고, 그 글이 좋은 글인지 자신도 없고, 제 앞에 차례차례, 혹은 한꺼번에 다가오는 모든 과업들을 저는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차분히, 꾸준히 하는게 답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유롭게 살아보렵니다. 이렇게 산다고 물질적으로 무언가 달라진다던가 그런 건 없겠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더 많이 생각하고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좀더 무언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굶어죽는다면, 그거야 제 팔자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소같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보고 싶습니다.


여선을 가석방시켜보렵니다. 말만 이렇게 하는 걸지도 모르고, 행동은 언제나 미숙하고 어려서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마음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마음을 지킬 수 없다면, 깊숙이 한켠에 보관해두고 꺼낼 수 있을 때 꺼내어 잘 여물수 있도록 가꾸겠습니다.


월간 여선 10호, 시작합니다.

9월보다 양도 적고, 내용이 이를 상회할만큼 좋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느릿느릿 써볼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1007 원당에서

여선 엎드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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