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조각모음, 네 번째

by 여선

1. 역사 교과서 논쟁이 한창 치열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이다. 국정화가 옳다, 그르다는 나보다 더 깨우치고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이야기들을 내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고 싶진 않으나, 굳이 여기에 한 마디를 붙이자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라는 슬픈 생각이 든다. 윤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는 자기 주변의 친구가 전해준 바로는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하러 뛰쳐나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이 일이 정쟁에 쓰일 일이었나 싶다. 학생을 인질로 정치 싸움을 벌이다니, 너무나 비겁하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그저 자기 밥그릇 바라보기도 벅찬 소시민이라 너무나 슬프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못난 어른들 때문에 왜...

2.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좋은 의미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인 푸른 야전상의를 입을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벌써 4년째 현역으로 활동중인데, 주머니도 큼지막해서 옛날에는 어느 정도의 책도 쏙쏙 들어가는 신비한 옷이다. 슬프다면, 벌써 2015년이 다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곧 11월이다. 월간 여선도 별로 내용을 담지 못했는데 벌써 10월이 끝나간다. 아니 뭐, 이 정도가 예상한 분량이었고, 아무래도 9월호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때문에 무리해서 글을 쓴 감이 없잖게 있으니, 그게 그거겠지.

3. 잘라내야 하는 줄만 알았다. 다급함을 잘라내고, 밀어내서 그 자리를 여유로움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을 줄이야. 그것을 넘어서고 극복함으로서 여유로움이라는 계단을 올라 돌아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다급함은 나쁘고 여유로움이 좋다는 내 분별심(分別心)이 이런 어리석음을 자아냈다. 그래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내 산만한과 다급함을 마주보고, 대화하여서 나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나감을. 좀 자화자찬하자면 나는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법으로 빨간줄 그인 적도 없고, 그럴 일도 없거니와 사람들과의 관계도 결국엔 자기의 이해관계의 문제인데다가 내가 말만 조심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한 일이다. 손익을 신경쓰지 말고, 사람을 믿어주면 되는 부분이니까, 그런 건 내가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4. 함부로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 하는데 어렵다. 길가에 선 나무, 다시보기에서도 밝혔지만 글쓰기클리닉 상담예약 때 나온 한 마디로 인해 나는 기대감이 없어지면서 ‘아 학교가 그럼 그렇지, 취업에나 신경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 등불 밑을 밝혀주고 새로운 글을 씀으로 인해서 내 빛이 미립자만큼이나 뻗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 때 상담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선입견이 나쁘다는 텍스트적인 가르침을 몸으로 깨달을 좋은 계기였습니다.

5. 내일이나 내일 모레 10월을 닫는 글을 쓰겠고 앞서 말한 거이지만, 결국 여유로움도 하나의 상태이고 조급함도 하나의 상태이고, 집중함과 산만함도 하나의 상태일 뿐이다. 모든 것을 공하게 바라보고 공하게 대하며 공하게 행하는 것 또한 공할 뿐이다. 무명(無明, 밝지 않다, 수양한 사람의 성을 밝다고 보았을 때, 그러지 아니한 범부의 사람의 성은 밝지 않다라고 한다)한 실제의 성 또한 불성이고, 허깨비가 화한 비어있는 몸이 곧 불법의 요체(법신) 그 자체일 수 있음을. 삶을 살아가며 만물에 애착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지만, 그렇다면 그 애착을 집착하지 말지어다. 마음이라는 거울에 낀 먼지를 닦는 것이 아니라, 그 먼지마저도 인정하여 다음 단계로 화하는 것이 수행이고 마음 공부이며 마음을 살찌우는 것임을. 아직 나도 다 깨닫지 못한 말이지만, 영감님의 말씀이 언제는 쉬웠다고. 찬찬히 음미해보자.

20151029

명륜동에서

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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