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이 오기 시작했다. 첫눈은 어째 여자친구랑 보고 싶건마는 그저 지금의 상황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날씨도 추워져서 장갑에 넥 워머까지 장착하고 다니고 있다. 넥 워머는 좋은 게 깨끗하게만 쓴다면 비니 모자로도 충분히 쓸 수 있어서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은 바보같다고 뭐라 한다마는.
2. 김영삼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개인적으로는 군부를 걷어내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통령으로서 생각하고 있다. 물론 IMF 사태라는 큰 오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와 상쇄될,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는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YS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구나.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세상 소음을 덮듯이 하얀 눈이 사박사박 내려왔다. 이런 말이 무례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시는 길이 참 예뻤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어찌되었든 간에, 이 세상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일개 국민이 이렇게 비는게 맞는 게 모르겠지만, 평안히 가시어 저희들을 지켜봐 주세요.
3. 교직 수업 때 연달아서 수업 발표를 진행했는데 한 번은 한국사 중 4.19와 5.16을 맡아서 하였고, 그 다음주(11월 27일)에는 동아시아사 중 국가의 형성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는 교과서에서 좀 자유로운 수업을, 두 번째는 철저히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첫 번째는 교과서에서 붕 뜬 거 같아서 수업으로서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두 번째는 교과서를 너무 따라가다 보니 수업이 유기적으로 되질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교사는 교과서를 분석하고 재구성하여서 역사를 하나의 암기과목이 아닌, 살아있는 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허 참, 분명히 수업시간 때 배운 건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거.
4. 성균관대 박물관 안에서 강 군과 한창 역사교과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때, 우리 앞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사료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조차도 천차만별인데, 하나의 역사 교과서가 과연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 할 수 있을 것인가? 나와 강 군 모두 그 질문 앞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강 군은 한숨 푹푹 쉬면서 나에게 역사 교과서들을 구해달라고, 무슨 일이길래 이 지경이 되었는지 자신이 분석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구해주러 이리저리 찾아보면서, 내 머릿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이 몰아쳤다. E.H 카 영감님은 분명히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는데, 대화가 한 방향으로만 될 수 있을 것인가? 난 잘 모르겠다. 높으신 분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