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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 가지 용도를 목적으로 썼던 글입니다. 하나는 2016년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춘계답사 보고서, 둘은 사학과 회지에 글 투고해서 그동안 사학과에 적만 올리고 놀고먹은 저에게 조금이나마의 속죄거리라도 주어보자는 목적, 그리고 마지막은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고자 써봤습니다. 다만 그 분량이 크기에 브런치에는 세번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글의 머리부터 불길한 소리를 하는거 싫어하지만, 이번만은 상황이 좀 유별났다. 본전공인 한문교육과의 답사가 사학과 답사가는 일정과 겹쳐버리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전공 발표가 목요일 오후(저녁 6시~저녁 9시)에 기다리고 있었다. 꼼꼼하게 미리 알아보지 못한 내 잘못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은 원금이 되었고 같이 점심먹는 친구들에게 한숨이나 푹푹 쉬는 모습 보여줘 밥맛을 다소 잃게 한 미안함도 이자마냥 굴러들어오게 되었다. 그래도 한숨만 쉴 수 없으니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빚 갚을 고민을 한 결과 '한교과 답사는 포기, 전공 발표는 진행, 그 이후 금요일부터 1박 2일로 답사 다녀와야겠다'고 정리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정신없었다. 발표 준비도 해야 했고(첫 발표여서 그 부담감은 더욱 배가된 것 같았다), 답사 물품을 챙기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목요일 저녁이 되어 어느덧 발표를 마치게 되었고, 그 길로 집을 다시 돌아간다든가 바로 사학과 답사로 합류하러 가기 애매하여 동서울 터미널 근처에서 외박을 하게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새벽 6시에 일어나 영주 터미널 가는 버스 안에서 방금 주문한 햄버거 세트를 우걱우걱 먹으며, 내 기묘한 마지막 답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2일차 첫 목표지인 소수서원에 도착하여 조금 기다리다 보니 사학과가 도착했다. 간단히 인사하고 요록과 명찰을 받아서 소지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원들의 건물을 돌아보면서 울적한 마음이 울컥하였다. 3월 중순이 지나도록 공부가 잡히지 않아 어영부영 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임고를 준비하겠다는 굳은 마음은 어디로 가고 지금 또, 학과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려고 하는지 자꾸 부끄러워진다. 이곳에서 공부하며 지내던 옛 선배님들의 호통소리가 빈 방에서 우러나와 감싸는 느낌이라 도망치고 싶었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서 우산 안 가져왔다는 우울한 느낌이 더 배가되어서 그런 느낌이 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비를 맞아가며 추적추적 걷다가 아무도 가지 않는 다리와 길 하나가 보였다. 이정표를 확인해보니 길은 선비촌을 향하고 있었고 다리는 소수박물관을 이어주고 있었다. 선비촌은 가면 안된다는 답사부 스태프의 말을 떠올려서 다리를 걸어갔다. 소수박물관은 나름 큰 규모인 데다가 바깥에 있는 움집과 곡옥이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들여다본거 같았다. 그러다가 소수박물관을 들어섰는데 소수서원의 역사가 어떠했는지 자료를 주르륵 늘어놓기도 했고, 소수서원이 어떻게 이름을 바꾸었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런 교육용 영상을 오랜만에 봐서 신기했는지 두 번 정도를 반복해서 들여다 본 것 같았다. 그렇게 구경하다 시간이 되어서 다시 집합하고 부석사 가기 전에 주차장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어째 점점 비가 굵게 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우산 살걸. 하는 후회감이 막중했으나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끝끝내 버텨보았다. 다행이 몸이 아직까진 튼튼했는지 감기엔 걸리지 않았으나 야상의 큰 후드를 뒤집어 쓰고 희종이 형과 선두에서 걸어가고 있으려니 “저기 나즈굴이 선봉에 서고 있다(주 :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마왕의 휘하 흑기사)”라는 소리를 들어서 순간적으로 웃음을 뿜을 뻔했다. 부석사에 도착하고 나서는 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요록에 무언가를 기록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기억이 그리 많이 나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조별로, 혹은 친한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즐겁게 사진찍고 웃고 떠들던 모습이 즐거웠다. 본과인 한문교육과 답사도 안간 지 어연 4년이 넘었던 지라 이렇게 즐거운 모습을 목격하니 비 덕분에 이어진 울적한 마음이 많이 씻겨 내려간 느낌이었다. 마찬가지로 어거지를 부려 무량수전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으나 아직 사진은 받지 않았다. 사실 부석사에서 무언가를 떠올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려다 보니 무언가 쓸 내용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나서 봉영사를 가긴 했는데 거기서부터는 정말 말 그대로 쓸 것이 없다. 돌이켜보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앞서 부석사에서 비를 너무 맞아서 그러했던 것 같다. 봉영사에 있을 때도 비가 안 오는 것도 아니었고. 단체사진 찍었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답사 2일차 오후일정까지 종료하고, 숙소인 문경 유스호스텔로 복귀하여서(내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도착한 형세이지만)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 7시 반에 슬라이드 교양이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하는 마음으로 물먹은 솜마냥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앉았는데, 확실히 인상적인 교양교육 시간이었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답사부들의 답사 기획 과정이었는데, 이건 한교과에서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답사 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 4개의 조가 많은 곳을 탐방하였고, 그 중에서 추려서 만든 곳이 우리의 답사 코스였다. 답사부의 노고가 공감되고 그들의 사진에서 후련하다는 표정을 느끼면서 아, 정말로 고생 많이 하였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그 뒤로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도 느낀 점은 상당히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고자 한다. 그렇게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교수님과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몰랐던 일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올해가 사학과 70주년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기념비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 등등. 이에 대해서 2016학년 1학기 졸업이기 때문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졸업하게 되고 학교에서 계속 공부할 거 같기 때문에 어쩌면 같이 참여하여 사학과 학도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교수님과의 술자리가 끝나고 나서는 사학과 학우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으나 글의 취지상 그 때 있었던 일들은 모두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많이 겁을 먹었었구나’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07학번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큰 짐이었다. 죄수번호와도 같이 부담감을 느꼈는데, 그게 뭔 상관이냐는 듯 어울려서 즐겁게 노는 학우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더 즐겁게 놀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러느라 그 다음날 목이 살짝 쉬어서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야 좀 나아지게 된 건 아무래도 좋은 덤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