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여선

풀벌레 형님께 드리는 편지

by 여선

형님. 낮걸음꾼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몇 번 형님 얼굴 보고 싶어서 내려갔었는데 수리부엉이 형님만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수리부엉이 형님한테 안부 전해달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연락이 닿았는지 궁금하네요.


항상 형님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형님이 제가 가장 힘들 때, 옆에서 제 글을 읽어주고, 옆에서 다독여주시고, 말없이 안아주셔서 제가 이렇게 나아갈 수 있던 것은 절대 숨길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제나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인터넷 안 한 뼘 되는 공간에 허락을 맡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감사함을 표시해야 할지요.


한편으로 형님, 저는 요새 무섭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 글을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글에서 제 생각을 읽는 사람에게 너무 강요하는 것 같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형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로써는 항상 읽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배우고 싶다 하는데, 이것은 이거다, 이런 전개가 아니면 글 씀에 있어서 진도가 도저히 나가지 않는 제 자신에 대해 혐오감이 들더군요. 말과 행동이 영 반대 아닌가요 이거. 어떻게 해야 이 꺼림칙한 기분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좀 더 부드럽게, ‘우리 같이 걸어가며 생각해 보자’ 라는 느낌이 들도록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어리석고 미숙하기만 한 저는 그 방법을 모르겠네요. 4년동안 무엇을 해온 걸까요 전. 많이 후회가 되네요.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옛날 형님께 드린 글들은 제가 어떤 어투로 글을 썼는지 궁금하네요. 형님은 제 글을 보시면 항상 슬프다 하셨는데, 그 배경엔 저의 이런 말투가 이 악물 듯이 써져 있어서 그렇게 느끼신 것인지요. 저는 제 글을 읽고 항상 “길나무의 글은 슬픔이 가득해” 하시던 형님에게 이유를 물어보지 못하고 “걱정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라고 대답만 하며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제야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네요.


형님. 새 학기가 되어서 바쁘다는 이야기를 수리부엉이 형님께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조심하시고, 바쁜데 도와드리지 못하고 자주 들르지도 못하는 점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라도 꼭 가서 형님에게 미천한 기운이나마 보태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를 자상히 보아주시고 가르침을 주시던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꼭 찾아 뵐께요.


2015년 9월 11일에,

낮걸음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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