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게임을 즐겨 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부터 소위 '방'이라는 공간이 대유행했다. 노래방, 비디오방, 그리고 PC방이 붐을 일으켰다. 그중에서 성인이 되고부터 PC방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 식스>라는 게임이 PC방을 점령했다. 물론 소수의 인원이 <리니지>를 하기도 했지만, 압도적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 유저가 많았다. 나도 스타크래프트 유저 중의 하나였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복무하던 시절에는 iTV에서 처음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접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복학하기에 앞서 게임 세상에 빠져들었다. 그 시절에 가장 매료되었던 프로게이머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었다. 나도 테란을 잘하고 싶어 다양한 빌드 오더를 외우고 열심히 연습했다. 그래서 멋진 경기를 치르며 역전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고 싶었다. 임요환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했다. 분명히 경기는 수세에 몰렸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고 버텨 역전하는 순간 손을 번쩍 올리며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팬이 그 모습에 매료된 걸 아닐까 한다. (물론 잘생긴 외모도 한몫했지만...)
그래서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기저기 인터넷을 검색해보며 알아봤다. 나름 전산학과에서 테란을 잘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착각을 단단히 했다. 평생 도전을 꺼리는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긴 것이다. 물론 부모님에게 말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게 뻔하니까 몰래 알아보고 하나씩 진행해 나갔다.
그 당시에는 Clan 위주로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모여 온게임넷 스타 리그에 예선전을 치를 프로게이머를 선발했다. 그중 예선전에 3명 이상을 출전시키는 애버 클랜이 유명했다. 배틀넷 애버 클랜 채널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입단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배틀넷에 모인 그들은 서로 연습 상대를 구하기도 했고, 다양한 자신의 전략을 시험해보았다. 나도 애버 클랜 채널에 자주 들락 나락 거리며 연습경기를 치르곤 했다.
과연 나는 어느 정도 문턱까지 다가갈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며 플레이했다. 이상하게 집에서 플레이하는데도 너무나 긴장되었다. 어려서부터 걱정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채널에 모인 그들과 대전하며 자신감은 바닥을 향했다. 입단 테스트를 준비하는 지망생에게도 승률이 매우 저조했다. 거의 10판 하면 1-2판 이길 정도밖에 나의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지는 유저는 90% 이상이다. 그리고 입단해서도 온게임넷 스타리그 예선에 참가하는 사람은 클랜에서도 2-3명뿐이었다. 그런데 예선을 치르는 그들도 대부분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이러한 프로게이머의 세계를 알게 되고부터, 게임 방송에서 16강을 치르는 그들이 너무 높은 장벽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테란의 황제'라고 불리는 임요환 선수는 거의 신급에 가까웠다. 그냥 선망의 대상이었다. 과연 나는 얼마나 노력을 해야지 스타리그 16강에 이름을 올리고 방송 출연을 할 수 있을지 앞날이 까마득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의 길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즐겜 유저로 남았다.
예전 프로게이머 도전기를 생각하며 유튜브 썸네일도 비슷한 도전과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프로그래머이지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까막눈이다.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전혀 모른다. 그저 내가 마음에 흡족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지인에게 부탁했다.
1. 지인이 만들어준 첫 썸네일
올해 2월 8일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처음 콘셉트는 책 리뷰였다. 그래서 몇 편을 촬영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야심 차게 시작했다. 물론 장비는 고급으로 장만하지 않고, 13,000원짜리 마이크와 핸드폰으로 만족했다. 첫 영상은 <몸은 기억한다>라는 씽큐베이션 4기의 도서였다. 느릿느릿 말을 하며 편집하여 19분짜리 영상을 촬영했다.
썸네일은 원화가로 일하고 있는 회사 지인에게 부탁했다. 촬영 중에 저장해둔 스냅샷을 보내고 썸네일에 들어가는 문구를 전달했다. 그래서 첫 영상의 썸네일이 완성되어 업로드하였다.
지인이 만들어준 첫 영상의 썸네일은 확실히 달랐다. 그렇지만 매번 썸네일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시기와 썸네일을 부탁하고 제공받기까지 시간의 공백이 상당했다. 그래서 과감히 스스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2. 스스로 만든 첫 썸네일
지인이 만든 썸네일을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없어서 스스로 영상을 촬영하고 썸네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워포인트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여 외곽선을 만들고 '배달의민족 주아' 폰트로 빈 공란에 욱여넣었다. 그렇게 형편없는 썸네일이 완성되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름 만족할만한 퀄리티였는데 지금 다시 마주하니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과거의 흔적을 이제는 부끄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성장 과정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형편없는 미적 감각도 어느 정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충 촬영한 영상 중에서 스냅샷을 만들고 텍스트 중심으로 아무 효과 없이 썸네일을 만들었다. 물론 내용도 지금 보면 느릿느릿 어눌한 발음에 시청자들이 오래도록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그냥 많이 봐줬으면 하는 내 생각이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3. 조금 색다른 구성
너무 밋밋한 텍스트 내용에서 조금 다른 구성을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욕이 생겼다. 그래서 지인에게 병맛 텍스트 구성을 한번 아이디어를 부탁했다. 그래서 눈에 'CAUTION'이라는 텍스트 이미지도 넣고, 색다른 문구로 클릭을 유도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정도 썸네일로 시청자를 유혹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폰트는 계속해서 '배달의민족 주아' 폰트를 사용했다. 사실 내용의 퀄리티가 높다면 썸네일이 별로라도 구독자가 늘겠지만, 처음에는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 발음도 부정확하여 전달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조회수가 안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3. 촬영의 스냅샷을 활용하지 않음
아무래도 전혀 인지도가 없는 사람의 얼굴이 나오니까 사람들의 클릭률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력한 문구를 넣고, 그 문구와 맥락이 비슷한 내용의 사진을 검색해서 썸네일을 만들었다.
물론 글꼴은 '배달의민족 주아' 폰트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변화를 주었다. 폰트를 기울임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변화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지 외곽에 갈색으로 강조를 했다. 이것도 그리 큰 영향을 준 건 아니라고 본다. 그저 하나의 시도일 뿐이었다.
4. 책의 표지를 투입
썸네일의 문구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인지 사람들이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책 리뷰는 꼭 책표지를 넣어보려고 했다. 아무래도 주된 타깃은 자기계발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라서 책의 표지를 넣어두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예측했다. 예상했겠지만.. 역시나 유입과 조회수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하나씩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건 많았다.
5. 새로운 폰트 적용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학교 과제로 PPT를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PPT 사용하는 거야 큰 무리가 없겠다 싶어서 괜찮다고 허락해 주었다. 아들은 신이 나서 다양한 유튜브를 검색하며 멋진 썸네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잘 만들까라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하루 이틀 유튜브를 보며 학습한 아들의 샘플은 놀라웠다.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무방한 '배달의민족' 관련 폰트만 사용했는데, 무료 폰트가 상당히 많았다. 그중 아들은 'Tmon 몬소리 Black' 폰트를 사용해서 썸네일의 문구를 만들었다. 처음에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 예전에 시도했다가 포기한 얼굴을 오려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무료 이미지 편집 온라인 프로그램인 pixlr.com에서 포토샵을 이용하지 않아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영상 중간에 한 부분을 스냅샷으로 만들어 썸네일에 붙여 넣었다. 'Tmon 몬소리 Black' 폰트와 나의 얼굴이 들어가는 적절한 썸네일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6. 간단한 문구 추가
다른 유튜버의 영상을 살펴보면 중간에 조그만 글씨로 한두 마디 문구를 넣은 썸네일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메인 문장보다는 상황을 적절히 설명하기 위해 자막을 넣을 듯 보인다. 그래서 모방을 한 번 해보았다.
그리고 앞서 자주 사용했던 'Tmon 몬소리 Black' 대신에 다양한 무료 폰트를 다운로드해 설치했다. 10개가량의 무료 폰트를 설치하여 앞으로 적당히 섞어 가며 폰트를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 가지 업그레이드된 건 바로 썸네일에 들어갈 표정을 영상 촬영하며 고민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다른 말로는 꾸준히 시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수능시험이 아니다. 수능시험처럼 한 번에 모든 게 결정되지 않는다. 부족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고 부족함을 채워가면 그만이다. 사회생활 가운데에서 자신이 리스크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시도는 자신에게 이득이다.
실수를 실패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다시 시도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실수는 앞으로 내딛는 디딤돌이다.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디지털 자산으로 남겨 놓으면 언젠가 필요한 히든 에셋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에 만든 썸네일이 여전히 마지막은 아니다. 썸네일 뿐만 아니라 정확한 발음을 위한 키톤 연습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트랩에 빠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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