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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May 25. 2020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이유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 자신의 미래, 주변 환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나는 열등하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어려운 상황은 개선될 수 없다.', '이 세상은 살아가기에 너무 힘들다' 와 같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우울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우울한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울한 사람들은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인지적 오류란 우울한 사람들이 생활사 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논리적 잘못을 뜻한다. 이분법적 오류, 과잉 일반화의 오류, 정신적 여과 또는 선택적 추상화의 오류, 의미확대 및 의미축소의 오류, 감정적 추리의 오류, 개인화의 오류, 잘못된 명명의 오류, 독심술적 오류, 예언자적 오류 등이다.


어느 중년 주부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의 출산과 함께 자식을 양육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삶을 살았다. 자신은 블록의 달인이 되기도 하고, 아이가 이성적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성장기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며 엄마의 품에서 독립하려는 행동을 보이며 점차 가정에서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적 지지를 얻으려 동창회에 다녀오지만, 오히려 열등감과 초라함의 느낌만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뒤늦게 직장 생활을 해보려고 취업을 알아보았지만, 경력 단절의 여성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중년 주부는 이제 사회에서도 무능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이러한 불행감과 좌절감은 깊은 수렁으로 빠트리고 무기력감을 불러일으켰다.



잠깐의 부정적인 기분이 우울증일까?

우리는 누구나 기분의 변화를 경험하며 삶을 살아간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하여 기분이 좋고 즐거우며 신바람이 날 시기도 있다.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감과 의욕이 충만해지고 인생은 살만하다는 만족감을 느끼면 들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생활 속에서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어 기분이 침체되고 우울해지며 불행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자신감과 의욕을 잃은 채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이며 기분이 가라앉는 순간도 존재한다.


인생의 과정에서 누구나 이러한 기분의 변화를 경험한다. 대부분은 이러한 경험이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가면 우울했던 기분은 회복되고 감정도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우울장애는 슬픔, 공허감, 짜증스러운 기분과 그에 수반되는 신체적, 인지적 증상으로 인해 개인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부적응 증상을 의미한다.


<현대 이상심리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우울장애 발병률을 알려준다. 여성은 10~25%이며 남성은 5~12%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성에게 우울장애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게 나타날까. 생물학과 사회학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보자.



생물학과 사회학 관점에서 본 원인

상실과 실패를 의미하는 부정적인 생활사건이 우울장애를 촉발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대부분의 현대 여성은 높은 학구열을 불태우며 사회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장에서 차별을 조금씩 느끼기도 한다. 여성에게 높은 직급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기업이 은근히 있다. 도대체 왜 이러한 불평등이 발생할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혼과 출산으로 수차례 공백이 생긴다. 산부인과에서 아무리 건강한 신체를 가진 여성이라 하더라도 낮은 확률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임신 기간 중에는 호르몬의 생성이 변경되고, 출산 이후에도 3달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산모는 고위험군의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두 명의 인력이 소중한 신생 기업에서는 1년의 육아 휴직 기간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은 복지가 충분히 갖춰진 기업을 택하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출산 이후에 발생한다. 아무리 남성이 육아를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신체가 변하는 여성의 몸은 어쩔 도리가 없다. 여성은 경제적 활동을 쉬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생계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결국 남성은 경제적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면 여성은 자연히 육아 휴직이 퇴사로 이어진다. 아주 민주적으로 불평등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여성은 점차 사회적 지지가 부족하거나 결여된 채 삶을 살아간다. 물론 친구도 만나 서로의 고충을 풀기도 하지만, 자식을 낳아서 양육하는 기혼자와 미혼자의 관점 차이는 확연하다. 결국 사회적 안전망의 범위는 축소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축소는 더욱 부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우울감으로 번진다. 인간은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 신경계를 갖고 있다. 회복하는 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다시 우울감을 느끼면 점차 신체에 피해를 주는 면역계가 망가지고 우울증이라는 지속적인 불안감 상태로 빠지지 않을까 한다.



참고 도서 : <현대 이상심리학>, 저자 : 권석만, 출판 :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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