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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ul 23. 2020

언제 타인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을까?

인간은 이타적이면서 이기적이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환경에 의해 이기적인 개체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생태계에서 식량은 한정적이고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과잉생산을 토대로 생존하는 개체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가설이 자연선택설의 골자다. 그렇지만 사바나의 영양들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높게 점프하며 시선을 끄는 행동을 보인다. 포식자의 눈에 띄는 행동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은 행동이다. 다른 개체에게 위험을 알리며 자신이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설로 입증이 불가능한 생태계에서 나타나는 개체의 이타심이다.


결국 이러한 자연선택설로 보면 개체는 분명 이기적이어야 하지만 개체에서 이타심이 발견되어 집단 선택설이 등장한다. A와 B 집단 간에 이타심이 존재하는 개체를 포함하는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가설이다. 어쨌든 집단 선택설이든 혈연 선택설이든 유전자에는 타인을 돕는 이타심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이타심이 매번 나타나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개체는 굉장히 복잡한 생명체다.

방관자 효과라고 익히 알려진 심리효과는 이러한 이타심에 의문을 품는다. 1964년 길거리에서 수차례 폭행을 당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근처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은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돕지 않았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방관자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범인에게 소리치며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알려지며 인간의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범인은 소리를 듣고 도망치다가 다시 돌아와 사각지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비록 키노 제노비스가 방관자 효과의 사례로 부적절할지 몰라도 우리의 심리는 여전히 이타심이 발휘되지 않는 환경이 존재한다. 여러 명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쓰러지면 서로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도움을 주리라는 책임감 분산이 작용한다. 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도움을 주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지 않고 결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한 의도로 도움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쁜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결과로 도움을 주려는 선한 의도는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

하지만 남을 돕고자 이타심을 발휘하면 보다 많은 인간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하철 난간에서 떨어진 아이를 구출한다거나, 베란다에서 놀던 아이가 잘못하여 매달린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하여 구출하는 장면에서 이타심이 인간에게 얼마나 귀한 행동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하여 회피하는 행동에 도덕과 윤리 방침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냐에 관계없이 선한 의도를 보호한다. 한국에서는 뒤늦게 2008년도에 법이 개정되어 도움을 주는 사람을 보호한다. 야구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고 임수혁 선수의 사건을 기점으로 경기장에도 즉각 응급처치할 수 있는 의료진이 대기를 한다.


이타심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혹시나 잘못되면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책임감 분산은 인간이 지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이러한 이타심을 우선 보호하는 인간의 법 테두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도구가 아닐까 한다. 이타적 행위를 가로막는 책임회피의 결과를 법으로 보호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


우리는 다수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고보다는 단둘이 있는 경우 발생한 사건에서 오히려 피해자를 돕는 이타심이 발휘된다. 둘 중 한 사람이 쓰러지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한 사람뿐이다. 책임감 분산이라는 심리 작용이 적용하지 않아 도움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록 여러 사람이 모인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한 사람이 나서서 주위에 몰려든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정확히 지목하며 자동 제세동기를 가져다 달라는 책임감을 부여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토대로 우리는 책임감 분산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선한 의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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