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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un 18. 2020

KBO 야구 응원에 담긴 진실

학창 시절 학업은 뒷전으로 미루고, 운동장에서 땀에 흠뻑 젖을 만큼 격렬한 운동을 자주 했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의 경기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몸을 근질근질하게 만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운동하면 금세 친해지고 유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같이 운동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운동하고 땀을 흘리면 유대감을 형성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움직임의 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직장 생활하며 땀을 흠뻑 흘리는 격렬한 운동에 참여하기가 버거웠다. 가장의 무게는 그만큼 무겁고 책임이 뒤따른다. 모든 취미를 일절 포기하고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조금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이제 나도 운동을 해볼까라는 생각에 직장 내 야구 동호회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인 야구를 위해 레슨을 등록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문득 예전에 즐겨보던 KBO 야구가 떠올랐다. 어느 팀을 응원할까 고민하다 직장 동료가 열렬히 응원하는 팀을 선택했다. 그렇게 난 보살이 되었다.


더운 햇살 속에서 2시간가량 사회인 야구 시합을 치르다 보면 어느덧 온몸은 땀으로 뒤덮인다. 치고 달리고, 멀리 날아가는 공을 쫓아 힘껏 내달린다. 야구도 체력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그렇게 직접 야구도 즐기고,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관람하러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

달릴 때 행복을 느끼는 신경화학적 상태가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야 했던 초기 인류에게 주어진 보상이었는지 모른다. <움직임의 힘> 26p


확실히 야구 시합을 치르고 집에 온 날은 몸은 고단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운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경쟁자나 함께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기록도 더 좋아진다. 이러한 기분은 야구장을 직접 방문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1루석(홈경기)에 앉아 소속감을 느끼는 그들은 팀의 승리를 추구하면서 자신은 물론,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역동적인 율동에 동참한다.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운동하면 사회적 자신감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실제적으로 연결된다.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다가 공격이 시작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의 안타와 홈런에 환호한다. 그 순간에는 단체 관람하는 사이라면 처음 얼굴을 마주해도 손뼉을 치며 함께 기뻐한다. 패색이 짙어져도 8회 공격이 시작하면 어김없이 다함께 '최강한화'를 외치는 그들과 동화된다. 그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움직임은 우리를 연결하게 만들고 서로 소통하고 다정하게 만든다. 배드민턴이나 탁구의 강습에서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운동하고 나면 더 상쾌한 기분으로 부부의 관계가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구기 종목이 아니더라도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시면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는 관계에서도 소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푹 빠지기

대다수 운동 마니아는 건강을 해치거나 남은 생애에 지장을 줄 의존성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운동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과 집념을 품고 있을 뿐이다. <움직임의 힘> 60p


운동 마니아는 신체를 움직이는 자극으로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움직인 이후에는 뇌의 보상 체계가 작동한다. 보상의 작동으로 움직이기 귀찮은 몸을 조건반사 형성을 토대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움직임에 중독된 마니아들은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순간 뇌의 보상 시스템은 작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떻까. 운동과 동일한 중독 개념으로 보아야 할까. 게임의 보상 시스템도 달리기의 효능과 유사하지 않을까.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운동의 경우에는 약물과 다르게 천천히 보상 체계의 능력을 활용한다. 약물과 운동의 교집합을 이루는 분야가 게임이 아닐까 한다.


게임은 비교적 빠르게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지만 운동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운동을 처음 시도할 그 순간의 느낌은 익숙해진 뒤에 겪는 느낌과 많이 다르다. 많은 사람에게 운동은 습득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은 읽는 뇌와 마찬가지로 임계점을 넘어야 습득된 즐거움을 느낀다. 운동이 좋다고 하지만 자신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활동성 정도는 사람마다 미세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운동 신경이라는 말 자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가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나오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운동은 만병통치약이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새로움을 두려워했다. 틀리면 주변 사람에게 듣는 피드백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기 전에는 직장과 가까운 헬스장에서 가볍게 러닝 할 수 있는 환경 설정이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 주변에 마땅히 뛸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시도하지 않았지만, 조금 걸어가면 뛸 수 있는 공간에서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먹었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계속 같은 장소에서 달리기를 한다. 점점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어간다.



집단적 즐거움

한 남자가 커다란 나무 발판을 한 발로 쿵쿵 구르면, 원주민들은 모두 그 박자에 맞춰 똑같이 단순한 동작으로 춤을 춘다. <움직임의 힘> 101p


한화 이글스의 8회는 집단적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움직임이다. 흡사 퀸의 'We Will Rock You'의 박자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라이브 에이드에서 발을 구르며 떼창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전율이 흐른다. 모습만 봐도 이정도인데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발을 구르며 노래를 합창하는 그들은 어떤 유대감을 형성했을지 궁금하다.


이러한 집단적 즐거움의 부수적 효과로 협력을 꼽을 수 있다. <타인의 영향력>에서는 전혀 모르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도와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동기화된 움직임은 강한 신뢰를 형성해 서로 돕도록 이끈다.


KBO 리그의 응원은 굉장히 흥겹다. 응원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집단을 형성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공격과 함께 응원은 시작한다. 타순에 들어서는 선수마다 각자의 응원곡과 그에 상응하는 율동이 존재한다. 야구장의 특성상 크게 소리를 내질러도 누군가에게 방해된다는 인식도 없다. 크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응원단장의 힘찬 목소리에 다들 자신의 목소리를 더할 뿐이다. 이러한 일사분란은 움직임은 단순히 친목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만 유용한 게 아니라 공동 목표인 승리를 추구하며 커다란 위협에 함께 대처할 집단을 형성하는 데도 유용하다.



장애물 극복하기

인간의 삶은 항상 즐거움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다. 누구나 긍정과 부정의 감정의 스펙트럼 사이를 오간다. 그 중 두려움 꼼짝 못하는 것이 아니라 뭐든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 또다른 책인 <스트레스의 힘>에서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주었다. 두려움과 불안을 설렘과 기대로 인지할 수 있도 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구체적 목표
2. 목표에 도달할 경로 확인
3. 확고한 믿음

구체적 목표를 세워보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작성하려면 메타인지가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까. 계획을 세우고 일단 시도부터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생한다. 조금씩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를 수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비록 완벽하게 못하더라도 일단 하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믿음이 중요하다.




오히려 즐거움과 고통이 혼재된 현재를 음미하는 것이었다. <움직임의 힘> 250p


인생에서 고통을 차단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35년만에 18연패라는 대기록을 갈아 치울 뻔했다. 고통속에서 어떻게든 치욕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끝내기 안타로 해방감을 얻었을 것이다. 즐거움과 고통은 동시에 오지 않는다. 우리는 한번에 하나의 감정만 느끼니까. 그래서 매순간 일히일비 하지 않고 현재를 음미하자는 저자의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 비록 리그 최하위지만 여전히 '최강한화'를 외치며 보살로 고통속에서 삶을 음미한다.




참고 도서 : <움직임의 힘>, 저자 : 켈리 맥고니걸, 출판 : 안드로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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