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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Dec 01. 2020

인생의 달콤함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흡사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 부장과 닮아 있었다. 속으로는 곪아 터져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 막대한 짊을 떠안고 사는 느낌이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 밑에서 고집불통이고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은 아버지의 압박에 절대 인정받지 못한 삶은 불행과 유독성 스트레스가 일상이었다. 좋은 성적을 받아도, 장학금을 받아도, 명문대가 아닌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명문대 대학원을 진학해도 절대 만족하지 못한 분이셨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는 평생 저렇게 살아오신 분인데 네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냐며 어른을 공경해야 하며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을 항상 하셨다. 언제까지 내가 이해만 해야 하며 경제적인 안정이 모든 가족의 평화로움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받아들일지 생각이 깊어지는 하루가 나날이 늘어갔다.


© andreas160578, 출처 Pixabay


그렇게 참고 인내하는 세월 앞에 유독성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면역체계의 약화가 겹쳐 지루성 피부염과 자살 충동에 이르렀다. 직장에서 심한 야근(새벽 1-2시)과 프로젝트의 리더가 할당한 보고서는 다음 날 아침 출근 전까지 메일로 도착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새벽 2시까지 실험하고 프로젝트를 수주한 회사의 담당 직원과 회의를 끝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그날 있었던 하루 일지를 보고서로 제출해야 했다. 아침 8시에 보고서를 살펴봐야 할 리더에게 보낼 보고서는 새벽 2시 반이 되어서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고서를 쓰기가 너무나 버거웠다. 어떤 이유로 금일 실험을 실행했고, 어떤 항복을 테스트했는지 나열했다. 그리고 왜 그런 실험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서론에 작성한다.


그리고 실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시간이 지연되었고, 어떤 항목이 문제없이 끝났으면 테스트가 남은 항목은 무엇인지를 적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실험은 언제 진행할지 일정을 남기는 약간 정형화된 보고서였다. 거의 1년에 100개가 넘는 실험 보고서, 구현 보고서,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썼다.


보고서를 쓸 때마다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진짜 죽을힘을 다해 어떻게든 정확하고 수정하라는 지시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한 번에 쓰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보통 새벽 3-4시가 되어야 눈을 감았다. 물론 잠을 포기하면서 지독하게 쓰고, 퇴고했던 일련의 과정이 지금의 글쓰기를 조금은 수월하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한다.


© derekthomson, 출처 Unsplash


하루하루 허투루 인생을 보낸다면 과연 나에게 이러한 히든 에셋이 작용하는 날이 찾아왔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다른 업무에서도 그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제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부장처럼 살아가는 나에게 '이지안'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우연의 산물이지만 경직된 상태에서 주변에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 내가 그 버팀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설렌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겨나면 그만큼 내 인생도 값진 인생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그 누구도 늦은 때란 없다. 그동안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다면 이제부터라도 하나둘씩 쌓아가면 생존의 욕구에서 벗어나 안전의 욕구를 느끼고,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자신이 지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만과 오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보다 부족함을 느끼고 배움의 자세를 갖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사람이다.




독서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예전에는 살아온 인생이 쓰레기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부끄러운 과거였지만, 이제는 그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비록... 신경증이 강했지만..) 지난날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 지난 3년보다 더욱 정진하는 사람으로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고 다짐해본다. 물론 미리의 불확실성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분명 기대감도 어느 정도 내면에 품고 살아간다. 앞으로 내 삶은 더욱 기대된다.



#이상한마음서재 #치유글쓰기 #호두엔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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