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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Dec 24. 2020

어디에든 우리가 모르는 '경로 요인'이 숨어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바쁜 걸음으로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면접 시간에 정확히 맞춰 가는 사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에 늦는다면 굉장히 중요한 약속을 어기는 셈이니까 말이다. 과연 면접관은 이러한 면접자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 면접의 최악의 점수를 받고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이다.


그런데 하필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에 누군가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그냥 지나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는 당신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냥 지나쳤는지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그 이면에 담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부른다.

© Sammy-Williams, 출처 Pixabay

그렇다면 평범한 면접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면접은 제대로 이루어질까. 면접관은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고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그렇지만 첫인상에서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지 아닌지 거의 판가름 난다. 물론 실무 면접에서는 질의응답에서 면접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사람의 성향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기본적 귀인 오류'를 범한다.


<사람일까 상황일까>에서는 행동이론과 성격 이론이 서로 맞물리는 다양한 요소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사례로 가득 담겨 있다. 책의 저자는 <생각의 지도>의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과 '기본적 귀인 오류'의 핵심 개념을 만든 리 로스 교수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니스벳을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인지 오류는 상당히 다양하다고 밝혀졌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오류를 어떻게 인지하고 사회라 일컫는 직장, 교육, 더 나아가 건강 관련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지 통찰을 얻어보자.


방관자 효과

© xll995, 출처 Unsplash

인간은 분류를 많이 하려고 한다. 범주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범주화하지 않고 개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계에 직면한다.


사람은 첫인상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처음 느낌이 어떤지 그 하나만 갖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겠거니 과대평가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위자의 내적인 요소나 기질적인 특징을 분류한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손쉽게 예측할 수 없다. 상황마다 기질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기질에 의해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상황을 설명하려면 행동주의 이론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방관자 효과로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뉴욕에 한 길거리 복판에서 30여 분간의 폭행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도움을 주지 않아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어떻게 사람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을까. 물론 나중에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수정 기사가 나왔지만, 방관자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혹시라도 도와주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서로 미루기도 한다. 그런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 이처럼 사람의 의도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 요인'이 필요하다.


마트에는 우리가 모르는 '경로 요인'이 숨어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경로 요인이라 하면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이야기한다. 마트에 가면 순서대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숨어있다. 사람의 심리를 태도나 흥미로운 개인차를 어느 정도 규격화해놓은 경로가 있다. 처음에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배치되어 있고, 그다음에 가장 안쪽에 냉동식품인 육류나 생선류가 나열되어 있다. 중간에는 과자나 라면이 배치되어 있고, 음료가 배열되어 있는 코너에는 특이한 경로 요인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맥주와 같은 주류 근처에는 육포, 쥐포, 마른 오징어, 땅콩과 같은 안주를 뜻하는 식품이 가까이에 진열되어 있다. 주류를 생각지도 않게 구입하고 손쉽게 안주를 찾으려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배치다. 그리고 계산대로 와서 기다리는 사이에 한 손에 쉽게 쥘 수 있는 물품이 배치되어 있다. 껌과 사탕을 바로 그것이다.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바구니에 작은 물품을 한두 개 넣는다. 계산대 근처에 과일이 있었더라도 과연 비슷하게 행동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환경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조금씩 변화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언급한 '휴리스틱'이라는 어림법도 그 사람의 성격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상황에서 빠르고 쉽게 처리하려는 인간의 행동 패턴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다.


상황은 굉장히 복잡하고 해석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 정형화 해놓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려고 한다. '성실한' 성향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그 성향 그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패턴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상황을 조금 세분화하면 개인과 집단이라는 양 갈래로 나눌 수 있다.



동조를 넘어 복종까지

© introspectivedsgn, 출처 Unsplash

인간은 주변의 사람과 동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기분과 감정에 동조하는 현상이 집단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감정 전염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필연적인 결과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인간은 집단 내에서 타인을 자동으로 모방한다.


예를 들어 길이가 다른 두 가지가 있다. 명백히 보아도 A가 B보다 훨씬 길이가 짧지만, 주변 사람들의 답변이 B에 치우치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요인이 추가되면 전혀 다른 양상을 띈다. 그것은 바로 보상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준다고 말하면 실험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고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과연 이러한 보상은 과연 권위와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가 있었다. 밀그램은 동조를 넘어 복종을 연구했다. 밀그램은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며 악마처럼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은 상부의 지시만 따랐을 뿐이라는 말을 듣고 '권위'라는 상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연구에 몰입했다.


밀그램이 설계한 실험 연구의 결과를 대부분의 학계 관계자는 최고 수치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옆방에 있는 사람이 문제를 틀리는 순간마다 고통을 가하는 전기 장치의 '볼트 수치'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마도 대부분은 고통 소리를 들으면 멈추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강력히 지시하는 '권위'있는 연구원이 옆에서 지시하며 온전히 책임은 연구원이 지겠다는 말에 한계까지 올린 사람이 40%에 육박했다. (400볼트가 최대치라면 380볼트에서 왜 멈춰야 하는지 스스로 근거를 찾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수치를 끝까지 올렸다.)


이러한 상황적 요인과 관련된 실험 연구로 '기본적 귀인 오류'를 증명하는 셈이다. 아무리 성실하고,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이 급박하면 위급한 사람을 두고 지나칠 수 있고, 타인의 고통 소리를 들어도 권위에 맞서 싸우기보다 복종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성격 요인의 필요성

© Pexels, 출처 Pixabay

상황에 따른 자극 판단 규모는 상대적이다.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있었던 사람이 조금 더 차가운 물에 손을 넣는 자극과 따뜻한 곳에 있던 사람이 차가운 물에 손을 넣었을 경우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주관적인 느낌을 어떻게 분류할지 수치화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지식 구조는 경험의 산물이다. 사람이 경험하는 것에 따라 변화한다는 주장하는 학문이 행동주의다. 행동주의는 생득적 기질을 배제하고 경험을 위주로 판단한다. 당연하게도 사람의 기질도 영향을 준다. 똑같은 상황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런 면에서 행동주의는 비판받는다.


그래서 성격의 요소도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속성을 찾아내고 개인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성격 연구자의 과업이다. 성격과 관련된 단어가 4500개가량 있다. 성격 심리학자가 사전을 토대로 성향 용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단어로 인간의 특징을 분류했다. 하지만 '친절함, 성실함' 이러한 단어를 이야기하려면 어디까지가 친절하고, 성실한 것인지는 쉽게 행동 표본을 만들기 어렵다.


행동, 성격 요인을 알게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 심리학이 주는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아무리 방법론, 개념 기술을 다듬어도 정확한 예측 제공하는 행동 법칙을 더 깊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복잡한 요소가 엉켜 있어서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성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를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경험하여 형성한 개별 개념에 여러 요소를 적용하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영향을 주는 집단 토론은 우리에게 필연적이다. 성숙도가 높은 모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를 친사회 모범 효과라고 부른다.


이러한 통찰은 지금까지 살아온 조직에서 범한 '기본적 귀인 오류'의 경험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직장 내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리더의 행동을 상황의 해석은 과소평가하고 그들의 자질이라는 성격을 문제 삼았다. 서로 간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사람의 성향으로 판단하고 다른 상황에서도 '아.. 원래 이런 사람이지'라는 생각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참고도서 : <사람일까 상황일까>

저자 : 리처드 니스벳, 리 로스

출판 :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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