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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Apr 17. 2021

나는 매일 노래방에 간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즐겨듣고 부르는 음악생활은 삶의 일부분이다. 고교 시절에는 워크맨, CD플레이어에 이어 MP3 플레이어까지 어디를 가더라도 귀에는 항시 이어폰이 꼽혀있었다. 즐겨듣는 음악 장르는 rock.


그 당시에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던 시기다. 일명 '방'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놀이의 부재를 어느 정소 해소해 주었다. 여러 '방'문화 중 노래방은 선두 주자였다. 그 이후 비디오방, PC방이 뒤를 이었다.


1시간의 요금을 지불하고 앞다투어 예약하는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누군가 노래를 고르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들 빼곡히 제목과 가수가 적혀있는 리스트에서 자신이 부를만한 노래를 찾기 바빴다. 첫 주자의 노래가 거의 끝나가면 어느샌가 예약곡은 화면을 넘어갈 정도로 쌓여있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반드시 밴드 생활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베스트 프렌드'의 영향을 받아 발성을 배우기는커녕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다. 우리는 그러한 과정에 만족하며 로커의 꿈을 꾸었다.


서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이후 베프는 학교에서 밴드 생활을 했지만, 나는 그저 평범하게 보냈다. 보컬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노래를 그리 잘 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프는 끈질기게 독학하여 보컬의 꿈? 을 이루었다.


게임을 즐겨 하던 나에게 노래방의 1시간 비용은 사치였다. PC방에서 훨씬 오래도록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노래방보다는 PC방으로 향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래도 자주 불렀던 애창곡이 많다는 건 사회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유리한 측면은 있다.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두 번 이상의 회식 문화의 끝에는 노래방이 버티고 있다.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부르는 노래에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픈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 순간만큼은 직장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일하는 긴장감 없이 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준비되지 않은 우리에게 대유행병이라는 환경이 들이닥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양한 '방'문화를 마비시켰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노래방의 마이크는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물건으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회식도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물론 예전만큼 노래방의 인기가 높지 않아 다수의 업체가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노래방을 선호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사람은 오히려 하지 말라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마치 청개구리처럼 반응하기 마련이다. 출퇴근을 지하철과 버스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시기에는 가끔 집 앞에 위치한 코인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집으로 귀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 주차장의 지원을 받아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로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출퇴근 이동 수단의 변화는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코인 노래방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사운드 시스템과 에코는 없지만 자동차 내부는 그리운 그곳을 대체하기 충분했다.


운전을 하며 집으로 귀가하면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절약되어 퇴근 시간이 절약된다. 그렇지만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양면성은 나타난다. 운전하는 동안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볼 수 없다. 글은 더더욱 쓸 수 없다. 출퇴근 길이 편해진 만큼 제약이 가해졌다.


그래서 이러한 공간을 다른 스트레스 해소 용도로 만들어야 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빈약하지만 음악을 플레이하고 목청껏 따라 부르는 그 시간은 마치 코인 노래방에서 홀로 열창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애창곡과 가사는 잘 모르지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다양한 곡을 디지털 기기에 저장한다. 그리고 운전을 시작함과 동시에 음악을 플레이한다.


매우 만족스러운 사운드는 아니지만 흠뻑 가사에 심취해 흥얼거리며 운전한다. 물론 차선을 바꾸거나 신호를 예의주시할 찰나에 잠시 멈추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주변의 환경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은 무엇인지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하지만 자신이 즐겁게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운전하는 자동차로 옮기면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을뿐더러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난 오늘도 매일 나만의 노래방에서 노래를 신나게 부른다.




#노래방 #운전하면노래부르기 #애창곡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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