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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Mar 05. 2021

퇴근 후 술 마시는 삶보다 자기 계발하는 삶이 별로냐

언제나 업무를 맡으면 최종 검수자라 생각하여 게임 콘텐츠에 버그는 없는지 다른 변수는 없는지 연결된 콘텐츠를 살펴보며 최대한 테스트를 해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업무의 디테일은 리더에게 당연시되어 버렸다.


조직 내에서 개발하는 게임은 혼자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일의 순서가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팀이라 해보자. 편집을 완성하고 렌더링 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쳐보자. 영상이 없는데 자신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까. 이러한 병목현상이 개발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게임 개발은 기획-그래픽-서버-클라이언트의 개발 직군이 협업한다. 어떤 직군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 다른 일을 부여하거나 공통된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직군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데 공통된 일조차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업무를 파악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다 끝내고 다음 업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능력을 더 발휘하여 업무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는 뜻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른 직군의 일을 하라는 뜻일까.


영상을 편집하는 사람이 영상을 촬영해야 할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요구 사항에 당황스럽다.


눈 딱 감고 프로그래밍과 연결점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임 개발 전체적인 업무에 힘을 쏟았다. 타사 경쟁 게임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브리핑까지 했다. 다들 다 아는 내용이라는 듯 고개만 끄덕인다. 그 문서를 생산하지 못하여 대신 해준 느낌이지만 그들은 이런 거 왜 했냐라는 반응이다. 물론 조직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근무하면서 이렇게 퀄리티가 높은 보고서는 처음 봤다면서 다른 조직에도 문서를 공유했다.


그런데 피드백도 없고 인정도 없고, 헛일하지 말고 프로그래밍이나 했으면 하는 또 다른 심보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을 더해도 GR, 맡은 바 업무만 깔끔하게 처리하면 더할 수 있는데 왜 선을 긋냐며 아쉽다는 표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에 30시간인가. 더하려면 늦은 밤까지 남아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라는 뜻인가.


다른 직원들은 업무가 끝나고 술자리를 약속하며 하나둘씩 떠나고 다음날 소주 냄새를 풍기며 나타나는데, 고작 자리에서 30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할 일 없냐고 묻는 리더는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 그리고 주말에 외부 강연을 허가해달라는 말에 회사에서 할 일 없는 부서처럼 보일 수 있어서 자제했으면 한다는 조직장의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술 마시는 사람은 괜찮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하고 주말에 외부 강연을 하고 싶다는 사람은 말리는 조직. 구성원을 아낀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과연 나를 아끼는 발언인가? 의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능력을 계발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쳐다보는 하향평준화 조직 문화가 진절머리 나게 싫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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