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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an 15. 2022

인간 성장의 70%는 환경에 달려 있다


우리의 습관은 부모의 양육 방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대인관계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나타난 아이의 검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누군가는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여러 기질이 인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후성유전학에서는 이를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후성유전학은 우리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우리의 습관이 어떻게 자녀들의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학문이다.


듀크대학교의 생물학자 랜디 저 틀은 유전자가 같아도 어미들이 임신 기간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새끼들의 건강과 외모가 크게 달라진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의 생애를 관찰하는 실험에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의 인성을 살펴보면 환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함을 함의한다. 환경은 그만큼 인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성인의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잠재성 이분 척추증'은 신경에는 이상이 없으나, 척추가 완전히 만들어지지 못하여 일부가 붙지 못하고 갈라져 있는 선천성 기형이다. 허리의 통증으로 요추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잠재성 이분 척추증'은 태어나기 전 충분히 비타민 B6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기는 기형이다.


이렇듯 부모가 먹는 음식도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후성유전체는 유전체에게 잠재력 중에 무엇을 활용해야 할지 말해준다. 후성유전체의 중요한 도구는 소위 '후성유전적 스위치'들이다.


피아노의 건반을 유전체, 피아니스트를 후성유전체라고 대입하면 이해하기 훨씬 쉽다. 피아노의 건반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아니스트가 어떤 건반을 두드리냐에 따라 듣기 편한 음악이 탄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스위치를 On/Off 하는지는 피아니스트, 즉 환경에 달려있다.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에서는 스스로 유전자의 꼭두각시로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여러 실험을 토대로 체질과 신진대사, 그뿐만 아니라 인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해준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믿고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면에 품어야 할 것이다.



유전자는 왜 스위치를 필요로 할까?


서로 다른 눈 색깔, 머리카락 색깔은 DNA 암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며 그에 따라 특정 단백질을 다른 사람의 세포와 약간 다르게 합성한다. 말하자면 다른 단백질을 갖는다는 의미는 늘 약간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전자 조절이 사실 인간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유전자 조절 시스템이 복잡하고, 대부분의 생물보다 더 소비적인 발달 단계를 거친다. 무엇보다 인간의 두뇌는 다른 생물들보다 훨씬 많은 배움의 시간을 보낸다. 어미의 품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금세 걸어 다니는 동물도 있지만, 인간은 그에 비해 오랜 시간을 보호를 받아야 생존하는 동물이다.


생존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배우고 대처하는 지혜를 쌓아가는 경험은 모든 인간이 같을 수 없다. 이러한 유전자 조절 상의 미세한 차이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생명체가 각자 특색 있는 뚜렷한 다양성을 만든다. 후성 유전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직간접적으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와 발달 과정에 개입하는 변화이다. 하나의 유전자 조절은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전체 조직으로 퍼져 결국 생물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렇게 생물이 전체적으로 바뀌면서 생성된 후성유전적인 암호는 유전암호와 달리 개체가 죽으면 거의 사라진다. 이러한 약간의 차이로 형성된 생식으로 인간은 좀 더 진보한 생명체로 거듭날 수 있다. 유전자와 환경 간의 의사소통 덕분에 인간들은 새로운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환경이 변하면 생물학적 유전에도 결국 영향을 준다.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고 하지만 언제나 현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얻은 게 있다면 잃은 무언가도 있다.




인간은 유전물질에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평소에 행동하는 습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화학 물질, 스트레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외적 요인들은 신경계와 호르몬계를 거쳐 우리의 생리학에 영향을 미치며, 세포의 신진대사까지도 좌우할 것이라고 생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지난 과거를 생각해 보면 건강이 제일 최악이었던 시기와 장소는 일본의 공기가 맑은 시골이었다. 환경의 변화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생하지 않아 고생하지 않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렇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화학 공장에서 맡았던 유독한 물질과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기숙사 생활은 비염이라는 면역체계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지루 피부염이라는 새로운 질병을 얻었다.


인간의 신진대사, 신장, 체중은 후성유전학적 영향하에 있다. 지난 1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농업 혁명을 이루지 못하던 시기에 열심히 먹잇감을 구하려고 뛰어다녔다. 포식자의 위험에서 사냥에 성공한 사피엔스는 번식으로 유전자를 물려주었고, 그로 인해 현재 인류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지금 지구상에서 인간을 위협하는 포식자는 흔히 찾아볼 수 없다. 도시에서 그러한 포식자를 찾는 건 불가능해졌다. 늘 뛰어다니며 먹잇감을 사냥해야 하는 사피엔스는 1만 년 전 선사시대보다 훨씬 편리한 방법을 사용하여 음식을 섭취한다. 그렇게 편리성이 증가한 만큼 우리의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비만이라는 질환이 생겨버렸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들은 유전자를 더 강하게 혹은 더 약하게 활성화되도록 한다. 결국은 우리의 성격과 사회적 행동까지 변화시킨다.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런 효과를 중재하는 영역이 바로 세포의 후성유전체들이다.



인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수많은 심리학 서적에서 태어난 이후 3년 동안의 기억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그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할수록, 스트레스 반응 체계는 세월이 흐른 후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이의 유치원 부모 교육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고양의 순간을 맞이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오류를 자주 범한다. 대부분의 부모에게 자식을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부모의 자식도 똑같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아주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자신이 사랑받는다 느낀다. 그저 말로만 사랑한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그 대상이 느끼지 못한다면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유아기의 트라우마가 생기는 경험은 면역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이다.


가끔 사회생활에서 주변의 도움을 화를 내면서 거절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은 도움을 받는 자체가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다. 부모를 둘러싼 세계가 친절하고 살 만하다고 느껴지면, 자녀들의 후성유전물질은 사랑스럽고 만족스럽고 유대감을 형성하고 원만한 성격이 되도록 조정된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회복탄력성도 뛰어나 훗날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성도 낮아진다.



인간 성장의 70%는 환경에 달려 있다


결국 부모가 아이들과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놀아주는 정도, 칭찬해 주거나 싸우는 행위, 힘들 때 아이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아이들의 발달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다.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미 우울증을 앓는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 장애를 얻을 가능성, 그리고 눈에 띄게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이 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모의 편도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이를 학습하고, 불안한 마음이 지속된다. 예민함이라는 특성은 어쩌면 이러한 후성유전체가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그러나 이처럼 어린 시절의 악조건 속에서 자란 성인에게도 좋은 소식은 있다.


유전적 오류들을 우리의 생활방식, 영양, 운동, 사회적 접촉 등으로 되돌리기 어렵지만, 생활습관으로 제2의 암호인 후성유전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의 결정으로 많은 후성 변이들을 최소한 약간 방해하거나 북돋우거나, 심지어 무마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적 운명의 일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후성유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는 순간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이러한 후성유전체를 변화시키기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특히 자녀가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이라면 함께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어 불협화음이 아닌 멋진 선율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참고 도서 :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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