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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an 27. 2022

대치동 입성보다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언어 능력.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3학년까지는 조금만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고, 하지 않으면 내려가는 현상을 겪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시험에 대비하여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해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시간 대비 효율이 낮아 공부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주 명백한 원인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어능력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때의 탄탄한 성적이 중학교 성적을 떠받치고, 중학교 시절의 우수한 성적이 고등학교 성적으로 당연히 이어질 거라는 믿음은 손쉽게 배신당한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는 아이들의 성적이 1, 2차 급변동 구간에서 요동치는 모습을 10여 년 동안 관찰했다.


1, 2차 급변동 구간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성적이 떨어진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교과서가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은 교과서가 두껍고 어려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한다. 사교육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의 효과는 초등 저학년 시기에 가장 크게 작용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 시기가 되면 사실상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으면 자신이 모르는 내용도 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왜 사교육의 효과가 유독 초등학생 시기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날까? '교과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서비스'라는 사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생각해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과목도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진다.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면 10분이면 끝날 공부가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1시간을 보낸다. 쉬운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부법인 셈이다.


컴퓨터 공학의 개념이 전혀 없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아이에게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설명하기까지 4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이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서 자주 보았던 GUI(Graphic User Interface)라는 용어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사실 이러한 교육은 한계가 명확하다. 양이 많아지면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누군가 설명해 줬으면 하는 의존성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본인이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경험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꼴이 되고 만다.



언어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뒤처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공부 기초 이론'이라고 부른다. 공부 기초 이론은 저학년 기초가 약하면 고학년 공부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는 이론이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더하기, 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학생은 곱하기 나누기를 제대로 배울 수 없고, 곱하기 나누기가 서툰 학생은 인수분해를 손도 못 댄다는 논리이다.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완벽한 기초를 쌓아 고학년 시기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초를 튼튼히 쌓았음에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셀 수 없이 많다. 반대로 기초는 형편없는데 고학년이 되어 성적이 오르는 아이도 상당히 많다. 언어능력이 높고 의지만 굳건하다면 교과 공부에 필요한 기초 지식은 짧은 시간 안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기에 전 과목에서 몇 점을 받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언어 능력이 뛰어나서 고득점을 받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점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점수보다는 '아이가 또래 연령 대비 어느 정도의 언어능력을 갖추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언어능력이 높아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간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낮은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는 없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의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는 듣기 방식의 공부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잘 소개되어 있다.


우등생인 아이들인 상위 0.1%의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뿐이지 지속적으로 받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부분을 보충하려고 사교육을 받고 목적을 이루고 나면 그만두었다. 반면 일반 아이들은 꾸준히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0.1%의 아이들이 사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지 않는 이유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상위 0.1% 학생 중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아이는 60.8%, 일반 학생들은 71.2%로 10.4%의 차이가 났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순간에 자신의 것이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강조하는 독서

빌 게이츠


성공을 이룬 명사 중에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이들은 없다. 독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이가 독서를 하려면 우선 부모의 독서 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독서를 강조하면서 부모가 읽지 않고, TV를 보거나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사실 한국의 중장년층의 언어능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평소 길고 어려운 글을 읽는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아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뇌의 시냅스 연결이 풀려버린 탓이다.


2014년 OECD는 22개 회원국의 국민 15만 명을 대상으로 실질 문맹률 조사를 실시했다. 실질 문맹이란 글자를 소리로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을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그 조사 결과에서 한국은 22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한국 성인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이러한 한국 독서 생태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통계 자료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책은 어떻게 성적을 올리는가?


이러한 한국 독서 실태를 보면 아이들의 독서 지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 능력이 저하된 아이의 성적은 언제든 곤두박질칠 수 있다. 언어능력이 낮다면 폭포를 향해 떠내려가는 조각배나 다름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때가 되면 떨어진다. 미래의 재앙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읽어서 언어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40대 중년이 되기 전까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았다. 책은 '지루하고, 골치 아프고, 따분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무너뜨려 거부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 가장 중요한 점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에 있다.


2주 한 권 읽기 혹은 10분 아침독서와 같은 일상의 루틴은 공부의 모든 요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루틴으로 단련된 아이들은 수능 국어영역 평가점수와 내신 성적이 올라갈 것이다.


우선 이야기책으로 독서를 시작해도 괜찮다. 이야기책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와 전혀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이입을 한 채 그 사람이 겪는 경험을 함께 겪어보는 것이다.


소설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타인과 소통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을 때 사용하는 뇌 부위와 인간관계를 다룰 때 사용하는 뇌 부위가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을 읽으면 사회적 지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언어능력이 낮은 어린 독서광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일단 책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150쪽 분량의 고학년 동화를 1시간 안에 뚝딱 읽는다. 심한 경우 30분 만에 읽는 아이도 있다.


5km, 10km 단축 마라톤을 하려면 바른 자세와 방법이 있듯이 독서도 똑같다. 일단 책을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할수록 좋은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속독이 나쁜 독서 법인 이유는 생각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속독을 고치려면 우선 소리 내어 읽는 속도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어야 한다.



기초 국어 능력 평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진학하는 아이에게 2년 전 해리포터 전집을 사주었다. 함께 영화를 보던 아이는 소설이 원작이라는 이야기에 책을 읽고 싶어 했다. 그런데 해리 포터를 읽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을 때 엄청난 속도로 읽는 아이가 낯설었다.


지식 도서를 매년 100권씩 읽고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4년이 훌쩍 지났지만 나의 읽기 속도보다 월등히 빨라서 적잖이 놀란 순간이었다. 그 기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속독이 언어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서 '공부머리 독서법 카페'에서 제공하는 기초 언어능력 평가지를 다운로드했다. 기초 언어 능력 평가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을 초등 5학년 ~ 중등 3학년이 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한 테스트지이다.


1시간 동안 문제 풀이 시간을 주고 기다렸다. 아이는 저녁 잠들기 전에 피곤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40분 동안 집중하며 문제를 풀었다. 점수는 상당히 놀라웠다.


아이는 매일 꾸준히 책을 30분~1시간 읽는다. 예전과 다르게 속독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의 이야기책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 평소에 아내의 독서 교육으로 이뤄낸 성과가 아닐까 싶다.


아이는 절대 책을 읽는 시간을 거부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아빠의 모습, 그전부터 책을 좋아하며 꾸준히 읽었던 엄마의 모습으로 책을 읽는 게 당연한 가족의 모습 때문이다. 단지 게임이 책보다 더 좋을 뿐이다.


게임을 하더라도 책을 조금씩 꾸준히 읽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했던 언어 능력이 높게 나와서 놀라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먼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아이의 언어 능력 수준은 향상하리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 - 73점..!!! 언빌리버블




참고 도서 : 공부머리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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