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라.
어린 시절 아이들은 거짓말을 종종 한다. 만 6세가 지나면 아이들은 부모나 주변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인정을 받지 못하고 훈육만 받은 아이는 아무래도 거짓말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 한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부모가 알면 자신과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죄책감을 갖는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많이 놀았다. 나이 먹기, 손 야구 일명 짬뽕과 같은 놀이를 주택 사이의 길에서 자주 했다. 유치원을 갈 나이가 되었을 즘 오락실이라는 기가 막힌 신세계가 동네에 생겼다. 신세계를 맛본 후 오락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용돈을 주면 오락실을 갔기 때문인지 부모님은 용돈을 주지는 않으셨다. 그 나이에 경제관념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리고 알려주는 어른도 없었다.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그렇다. 아무튼 오락실을 가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친구가 귀가 솔깃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자기 집 가구 밑에 동전이 하나 들어갔다는 말이었다. 어른의 실수로 동전이 굴러서 가구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흔히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거실에 있는 서랍장 뒤에 무수히 많은 먼지와 동전이 몇 개 있다. 단지 꺼내려면 힘들 뿐. 나는 어떻게든 그 동전을 꺼내어 오락실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곧장 친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가장 긴 자를 찾아 가구 앞으로 가져갔다. 최대한 자의 끝자락만 붙잡고 가구 밑을 훑었다. 처음에는 실패. 약간 자리를 이동하여 다시 시도했다. 이렇게 수차례 먼지만 보다 결국 등장하는 500원짜리 동전!
친구와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빛바랜 동전을 줍고 오락실로 향했다. 아무리 친구 집 가구 밑에 있던 동전이었지만 내가 힘들게 꺼냈기에 친구에게 제안했다. 제가 300원어치 오락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이다. 친구가 흔쾌히 수락해줬다.
이얏호~
그 당시 오락실에서 한 판은 50원이었기에 정말 오랫동안 놀았다. 그렇게 놀고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한참 찾으셨던 모양이었다.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서 놀다 왔냐고 물으셨고 친구 집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오락실을 가신 걸 알면 분명 회초리로 때릴까 봐 겁이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미 오락실에 다녀온 걸 아시는 눈치였다. 귀신을 속이지 어머니는 못 속인다. 아마도 더운 공간에서 흥분하며 게임을 해서 얼굴이 평소와 다른 점을 간파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에게 이렇게 다시 이야기하셨다.
"오락실 다녀온 것보다 거짓말하는 게 더 나빠. 어디서 놀다 온 거니?". 그제야 당당히(?) 오락실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거니까 오락실을 다녀온 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떻게 현명하게 훈육을 할지 고민하셨다고 한다. 현명한 훈육법. 어떻게 해야 현명한 훈육일까. 어머니는 거짓말도 나쁘고 오락실도 나쁘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셨다. 가지 말라고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계속 다녔으니 말로는 안 되는 것을 아시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셨다.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나쁜 오락실을 계속 가면 경찰 아저씨에게 보낸다고 하셨다. 나는 경찰서에 보내져도 괜찮다고 오기를 부렸다. 음... 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희미한 기억 속에는 진짜 경찰서에 보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속으로 '요놈 봐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 나의 손을 잡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가는 도중 몇 번 물어보셨지만 나는 당당했다. 나는 속으로 '에이. 설마.' 하며 어머니가 가시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경찰서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머니는 경찰에게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며 혼내주라고 하셨다. 그런 말씀을 하신 뒤 나를 남겨두시고 경찰서를 나가셨다.
경찰은 나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어머니가 저렇게 혼내라고 하시냐면서 벽으로 가서 손을 짚고 서있으라고 했다. 경찰은 허리에 있던 봉을 꺼내더니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나의 엉덩이를 두 차례 가격했다. 우앙! 두 대 맞고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경찰과 이야기를 한 후 나를 데리고 집으로 오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어머니는 가시지 않고 경찰서 밖에서 보고 계셨다고 했다. 아이를 겁만 주고 보내라는 눈치를 경찰은 몰랐던 것이다. 나는 집으로 가는 내내 울었다. 경찰의 압박이 무서웠고, 엉덩이도 아팠다. 그리고 좌절감, 실망감이 더해졌다. 어머니는 집에 오셔도 아무 말씀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셨을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좌절감이 계속 쌓인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락실을 가는 것은 나쁜데 자꾸 가고 싶은 마음이 거절당하고 방해받아 좌절감이 많이 쌓였다.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금지당하면 긴장감을 느끼며 이를 해소하려 한다.
울고 소리 지르며 떼를 쓰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부모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정말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는 한계를 인식하며 삶은 때로는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그런 감정을 부모는 위로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부모님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은 경험이 없다. 항상 더 잘해야 했고, 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들이 너무나 많았다. 거기에 더해 부정적 피드백이 늘 뒤따라 왔다. 그렇게 무기력한 삶을 오래도록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르다. 그 누구보다 자아 효능감을 회복하고 있고, 변화하려고 주도적으로 행동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며 스스로 긍정적 마인드를 장착하려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