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로 연결된 인연

우연에서 인연으로 변하는 약한 유대 관계의 힘

by 곽준원

얼마 전 페이스북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씽큐베이션 3기에서 함께 읽고 토론할 책을 모두 구입하고 올린 사진과 글이었다. 평소에 SNS를 잘 하지 않던 나에게 약한 유대관계의 힘을 보여주는 작은 우연이 발생했다. 나의 포스팅에 댓글이 하나 달리면서부터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에게 답글을 달면서 우연에서 멋진 인연으로 탈바꿈했다. 안부를 묻던 서로의 소통에서 평소에 관심 있던 씽큐온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날은 씽큐베이션 1기에서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던 그룹원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운이 좋게도 약속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씽큐온 모임이 있어서 대뜸 참여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다.


언제부턴가 책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SNS로만 알고 지내던 사이이고, 학연 지연 절대 없는 사이이지만 가슴 설레고 약속한 날이 기다려졌다. 아마도 책을 읽기 전의 나였다면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약한 관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고작가님과 신박사님도 페이스북으로 만났다고 했다. 나도 학연, 지연 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약한 유대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나도 자극받고 싶었다. 우리는 책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모임을 운영하시는 분의 발제문을 메시지로 받았다. 함께 나눌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보내주셨다.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알찬 내용이었다.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씽큐베이션 카페에 글을 올리고 씽큐온 그룹의 댓글 참여를 독려했다.

<함께 나눌 내용>
1. 나를 돌아보는 여정, 읽기
+ 내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
(7~9월 씽큐베이션(씽큐온) 선정도서 또는 살면서 읽었던 도서 중 중 인상 깊었던 도서 소개와 이유)
+ '언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읽기 시간 확보와, 내용을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방법)

2. 타자를 향한 여정, 쓰기(서평)
+ 작성한 서평 중 잘 썼다고 생각하는 서평과 그 이유
+ 문자소통의 시대,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 그래도 계속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 읽기와 쓰기로 연결된 인연, 독서모임
(씽큐베이션과 씽큐온 활동에 대한 평가)
* 온라인상으로 활발한 의견을 주고받으려면 오프라인 모임과 병행하는 것이 좋은가.
(이밖에도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임을 운영하시는 분의 철두철미한 준비에 적잖이 놀랐다. 사실은 <진화의 배신>을 서로 나누고 다른 책에서 발제문을 내가 준비하여 모임을 보내기로 했었지만, 마지막 모임인 만큼 포스트모템을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에 함께 나눌 내용을 모두 변경하셨다. 독서 모임을 운영해봐서 이런 준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며칠이 지나고 고대하던 씽큐베이션 1기 모임과 씽큐온 모임을 즐기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했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선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약속 장소에 늦어버렸다. 오히려 이렇게 늦어버린 상황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향하는 길에 처음 만나는 씽큐온분들에게 어떤 이벤트를 해줄까 고민했다. 오늘 읽기와 쓰기를 이야기하려고 준비한 나의 미니노트가 갑자기 떠올랐다. 글쓰기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글을 계속 쓰는 연습을 해보라는 뜻으로 노트를 선물해주면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순간의 힘>에서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여 효능을 여러 번 확인했었다. 그들에게 고양의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구점에서 쇼핑을 하고 노트를 4권 구입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선물을 받고 고양의 순간을 만끽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오히려 내가 기분이 더 좋아졌다. 미쳐간다는 증거다.

작은 연결 안에서 행복한 사람들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씽큐베이션 1기 분들과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말들을 나눴다. 처음 모임에서 만나 어색하게 인사하던 우리들은 이제 환한 미소로 서로 반겨준다. 정말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 흘러가고, 함께 씽큐온 모임에 가실 분을 모집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씽커 한분이 동행하기로 했다. 뜬금없이 요청하는 나의 말에 조금은 고민하셨지만 함께 하기로 했다. 역시 책이라는 매개체로 만나는 자리는 '아니요'라는 대답 대신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늘 함께 나눌 내용을 보여드렸다.




배부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씽큐온의 모임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평소에 씽큐베이션 모임에서만 독서 토론을 진행하다가 '더모임'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조금은 생소했다. 방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모두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내가 뭐라고. 그냥 열심히 자기 계발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늦깎이 어른이를 보며 다들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자리에 착석한 후 각자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모임을 진행하셨다. 리딩 하시는 분의 거침없는 진행 솜씨에 압도되었다.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며 우리들의 모임에 맞는 철학을 이야기해주셨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세 가지 교제'에 대해서 말한다. 인생에는 중요한 세 가지 교제가 있다. '교양과 학식 있는 사람들과의 교제', '교양 있고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다정한 교제', '불평을 늘어놓지도 않고 늘 같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책과의 사귐'이 그 세 가지다. 우리는 첫 번째와 세 번째 교제를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이런 철학을 머릿속에 새기며 나를 돌아보는 여정의 이야기를 나눴다. 씽큐베이션 독서 모임을 진행하며 통찰을 얻은 여러 책을 소개했고, 다른 분들의 여정을 귀담아 경청했다. 여러 책을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었고, 독서 모임에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책을 이야기해주는 분도 계셨다. 각자만의 생각을 꺼내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나눈다면 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다. 이런 모임에서 양의 창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나눔에서 타자를 향한 여정이라는 글쓰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한번 몽테뉴 <수상록>을 참고했다. 글은 어떤 형태로든 '자기 노출의 창'이다. 글쓰기는 노출의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더욱 치열하게 자아 성찰을 거치게 된다. 바로 여기에 읽기와 쓰기의 철학적 의미가 있다. 글쓰기 과정은 나의 생각을 고스란히 꺼내 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자아 성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행동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모습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일은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고통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고통을 회피할 뿐이다. 힘들지만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이는 곧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지 나의 미니노트에 적어놓은 일기를 보여주었다. 글쓰기가 엉망인 미니노트는 이제 나의 자랑거리다. 그들은 흔적이 담겨있는 미니노트를 보며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 선물을 꺼낼 타이밍이었다. 가방에서 구입한 미니노트를 꺼내어 씽큐온 그룹원들에게 선물했다. 누군가에게 언제나 볼 수 있는 미니노트이지만, 글쓰기를 통해 자아 성찰을 이루라는 나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약 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진짜 이 맛에 독서 모임을 하는 듯하다. 너무나 즐겁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받는다. 더욱 미쳐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관계에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씽큐베이션과 씽큐온에 집중해보시라. 절대 후회하진 않을 거다. 오늘 함께 모임에 임해준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진짜 이런 약한 유대 관계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분명 번창할 것이라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의 죄책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