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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Nov 22. 2019

도대체 10대는 왜 그럴까.

과학자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뇌 성장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의 뇌는 환경에 의해 계속 생리적으로 바뀌며 이런 변화는 2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위대한 가능성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독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위대한 가능성은 지식의 습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두뇌는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이가 외모를 바꾸고 싶어 할 때는 아이의 머리카락에 빨간 줄무늬 염색을 해줄 미용사는 찾아주지 못해도 적어도 가정용 염색약 정도는 사줄 수 있다. 반면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비웃거나,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못마땅해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성숙과 미성숙을 결정짓는 10대 뇌와 의미]

개인을 언제부터 성인으로 볼지는 사회 전반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인간의 육체는 청소년기에 성인의 몸과 비슷하게 변화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하다고 판단하여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뇌과학적으로 이는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육체와 정신의 간극으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는 건 아닐까 한다. 사춘기 연구에서 오랫동안 초점을 맞춰온 주요 분야 중 하나는 호르몬이었지만, 호르몬은 부모와 교육자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 살배기 아이가 짜증을 부리는 것도 광란의 호르몬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청소년은 호르몬에 그저 다르게 반응할 뿐이다.


살아가는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뇌 공간이 재할당되는 현상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똑같이 일어난다. 이때는 양육 방식이 천성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양육 방식 환경이 아이에게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어떤 경험을 아이에게 주느냐에 따라 천성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뇌는 아래에서 위로, 뒤쪽에서 앞쪽 방향으로 성숙이 진행되기 때문에 10대 동안에는 다른 엽들과 비교해 전두엽이 가장 덜 성숙한 상태고, 연결도 제일 덜 되어 있다. 전두엽이 가장 나중에 발달하는 영역이므로 아이들은 충동조절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판단과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선택, 판단, 계획하는 일에는 어른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주변에 없다면 아이는 해결책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자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대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어른도 대처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만약 아이의 친구가 음주 후 물에 뛰어들어 질식사하는 불행한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부모의 대처능력이 중요하다. 주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이야기를 자녀들과 어떻게 나누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당하지 말란 법은 없다. 누구도 모를 일이다. 사전에 미리 예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전체적인 이야기와 그로 인해 일어난 실제 결과를 단단히 일러준 다음 여러 번 되풀이해서 강조해야 한다. 아이들이 지겹게 들었다고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해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그들의 뇌는 어떻길래 이렇게 여러 번 강조해야 할까.




[10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뇌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십억 개의 뉴런을 볼 수 있다. 현대 과학에서 알려진 것이라고는 어떤 인간의 뇌도 서로 똑같이 배선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험은 우리 모두를 다르게 만들어놓는다. 즉, 자신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업적과 산물들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자신의 뇌 구조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타인의 뇌는 그가 처한 상황과 생각, 감정에 따라 또 다른 배선을 만든다. 발달 중인 뇌에서는, 특히 아동기 초기에는 뉴런과 시냅스의 집단과 경로가 활성화됨에 따라 흥분 과정에 의해 세포 안의 분자 조직이 커진다. 시냅스는 유아기에서 청소년기를 거치며 계속 증가해 아동기 초기에 절정을 이룬다.

청소년기에는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다. 대표적인 산물이 술과 흡연이다. 10대들의 음주 문제는 단지 음주에만 있지 않다. 같이 어울리며 놀던 친구들의 잘못된 판단에 있다. 음주 사건에 연루된 모든 10대가 정말 놀랄 정도로 부족한 통찰력을 드러낸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 사고 발생 순간에 어찌할 바를 몰라 사고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며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10대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대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이내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0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유전자 때문도 아니고, 부모가 무언가를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며, 아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어느 날 갑자기 지구 밖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깨어나서도 아니다. 10대의 뇌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막강하면서, 동시에 가장 취약하다.




[수면, 흡연이 뇌에 끼치는 영향력]

잠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이지만, 가장 아는 바가 없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아와 아동은 일찍 일어나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청소년은 늦게 깨어나서 늦게 잠드는 올빼미형이다. 잠은 열심히 공부하거나 놀면서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몸이 긴장을 풀고 원기를 회복하는 시간만은 아니다. 잠은 우리의 경험을 회상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날 배웠던 것을 모두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그만큼 수면은 학습에 많은 영향을 준다. 좋은 밤잠이나 낮잠, 바쁜 하루 중에 잠시 긴장을 푸는 고요한 순간 등 휴식은 학습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편한 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더 배려해줘야겠다. 학원, 학교에서 다양한 학습 후 집에서마저 긴장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학습효과는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다.


10대들은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종종 약물의 유혹을 견딜 수 없을 때도 있다. 사실 10대들은 모든 약물에 성인보다 더 빨리 중독되고, 일단 중독되고 나면 빠져나오기도 훨씬 힘들다. 학습의 경우 그 결과로 유익한 기억이 남지만, 중독의 경우에는 남용 약물에 대한 갈망이 증가되는 결과를 낳는다. 부모가 흡연을 하는 경우 아이들이 흡연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10대 아이들의 뇌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하면 10대 자녀들이 흡연의 길로 빠져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자녀가 흡연을 시작하지 않았나 의심하기 전에 먼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보자. 담배가 성장하는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녀에게 알아듣게 설명하자. 담배를 피울 때 일주일마다, 혹은 한 달마다 지출하는 돈을 계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대는 먼 미래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한다. 먼 훗날에 일어날 결과를 고려할 만큼 뇌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화에서 그런 주제를 꺼내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면서 자녀에게만 금욕을 설교할 수는 없다.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해 과민하고, 자기 분석이나 통찰 능력이 부족한 시기이다. 또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도 같은 10대들이기 때문에 경고 신호를 해석할 수도, 적절한 공감을 해줄 수도 없다. 그래서 10대 주변 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인이 능력껏 질문을 던지고, 캐묻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 부모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뇌 손상, 그리고 뇌 가소성]

뇌진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뇌진탕은 단지 접촉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사고, 낙상, 심지어는 심하게 부딪힌 경우에도 뇌진탕은 생길 수 있다. 또한 명확하게 의식을 잃는 사건이 없었던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작년 5월 아이가 약 1m 높이에서 낙상하여 이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무려 10일의 입원 치료를 받았고, 미세한 뇌출혈이 있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1년에 한 번씩 외래진료를 꾸준히 받아야 할 정도로 낙상은 아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순간적으로 부딪히는 힘이 너무나 강력해서 뇌의 뉴런이 손상을 입을 때 부상이 발생한다. 뇌진탕은 인지적 손상뿐만 아니라 생리적 손상도 입힐 수 있다. 특히 눈물방울 모양의 분비선인 뇌하수체에 손상을 입힌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젊은 성인기 역시 학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라는 점이다. 이때도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뇌의 가소성이 무척 뛰어나고, 뇌의 연결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다중 작업의 능력 또한 좋아져 있다.


10대들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면 더욱 멀어질 뿐이다. 행동에 대한 비판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뒤따를 때 가장 효과적이다. 많은 어른들이 양육 과정에서 제대로 된 비판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자신은 그런 10대 시절을 보내지 못했는데 아이에게 올바른 양육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그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 아이들 아닌가.





참고 도서 : <10대의 뇌>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 #디지털시대와아날로그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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