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데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늘, 너는 똑 부러지고 자존감이 높아 보여. 본인만의 기준이나 호불호가 확실해 보여.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그건 다 진실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맞는데. 맞기는 한데.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는 만큼이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자책하고 괴롭힌다. 그 사실이 혼란스럽고,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나를 응원해. 아니, 해도 해도 난 안 되는 것투성이야. 여태까지 한 게 고작 이거야? 앞으로 더 나아질 게 있기나 할까?
성실한 내가 좋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꾸준히 해낸다.
꼬박꼬박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과체중이 되지 않게 건강한 몸을 가꾸려고 한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영어공부, 독서, 경제신문 읽기를 놓치지 않고 한다.
새로운 걸 배우고 회사일에도 적극적이다.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억지로 하는 내가 싫다.
남의 시선, 평가, 회사 내에서의 입지 따위에서 자유롭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불만과 화를 속에 품고도 해내고 그러고도 인정 못 받는 내가 너무 초라하다.
계속 운동을 하고 나를 가꾸어봤자, 타고나서 바꿀 수 없는 체형들이 늘 나를 한계에 부딪치게 한다. 더 해봤자 결국 그대로야 예쁘지 않아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야.
영어공부, 독서, 경제신문 읽기, 새로운 자격증 공부.. 하지만 결국엔 뭐가 남을까.
아직도 외국인 앞에서는 버벅거리며, 자기 계발을 해봤자 내 연봉이나 경력 그 어느 곳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내 속을 모르겠다.
조금만 더. 아니 천천히여도 좋으니까 꾸준히. 그럼 뭐가 되겠지. 안되더라도 되겠지. 안되더라도 이렇게 쌓아 올린 내 시간들을 나는 알잖아. 내가 원해서 한 거잖아.
아니, 여태 그러지 않은 적 있었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서 너 뭐가 됐는데? 아무것도 아니잖아. 해봤자 그 자리잖아. 누가 알아주긴 해?
늘 이 양가적인 감정이 부딪히고 싸운다. 그리고 그날그날 조금 더 우세한 쪽으로 기운다. 어느 날은 사랑하는 내가 되고 어느 날은 증오하는 내가 된다.
시끄러운 이 마음과 생각을 털어놓고 싶다.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위로하고 공감하고 힘을 북돋아주고 때로는 따끔하게 충고해 주고 혼내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동시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다. 하고 싶지 않다. 할 수가 없다. 두렵다.
그래서 내 글도 이런 나를 닮았다. 들어주세요. 제 기분은 이래요. 제 마음이 이래요.
저는 제 생활을 돌보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마음을 가꾸고 몸을 가꿔요.
아니요 저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이고, 속이 시커멓고, 자신감이 없고 못난 사람이에요.
이런 마음을 글로 쓴다.
글이 있다.
어제는 내가 나인게 좋았다. 그리고 또 오늘은 내가 나인 것에, 나밖에 못 된 것에, 고작 나인 것에 좌절한다.
이렇게 혼자서만 말할 수 있는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내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