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황작물 Jun 09. 2021

댓글 없는 브런치에 글 쓰는 이유

브런치는 조용하다. 마치 도서관처럼. 소리없는 인파들이 시종 지나가는 것 같긴 한데, 흔적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30만 뷰가 넘어가는 글도 조용한 편.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좋아한다.


공개적인 글을 쓸 때면 자아를 과하게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혹시 이글을 누가 보는 건 아닐까. 파문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정신 차리시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글을 쓴다.


처음에는 댓글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a를 썼는데 b로 읽힌 건 아닐까, 원망을 말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읽히는 건 아닐까.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닌데, 착해 빠진 나를 알아봐달라는 것으로 보이면 어쩌나. 하지만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곳은 조용하다. 누구도 내게 관심이 없다.


아주 가끔, 위로의 댓글이 달린다. 시간을 내어 위로해주는 다정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내 비틀린 마음을 까발리건대, 그리 환영하는 댓글은 아니다. 내게 가장 필요한 위로는 내가 하는 것이며, 쓰면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글을 쓰고 나면, 그 글은 이미 내가 아니다. 위로 받을 나는 사라져버려서, 정성 어린 그 댓글에 나는 이렇게 대댓글을 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푸하하. 전 이제 웃고 있는데 이렇게 진지하시면 어쩔."


가뜩이나 인기 없는 브런치, 이 시건방진 말에 구독자수가 와장창 줄어버리면 어쩌나.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글이 나의 시간과 타인의 시간을 좀먹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아마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누구도 내게 관심 없는 곳, 그래서 좋은 곳이 브런치니까.


아픔을 말하지만 위로  받고 싶은 것도 아니라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은 분들과는 무엇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나는 얼굴 모를 누군가가 마치 바통을 건네받듯,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마음껏 발산하며 내가 겪어온 슬픔과 고통들이 오직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타인의 아픔들을 엿보며 용기를 낼 수 있었듯이. 


오늘도 조용한 브런치에 글을 써 본다. 일차적으로 나의 아픔을 돌보기 위해. 가능하다면 이것이 재사용 불가능한 쓰레기가 되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작가의 이전글 친구가 문제집을 훔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