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여자의 또다른 하루
착한 여자인 줄 알았다.
밥을 담을 땐 아이들과 남편의 밥을 담고 남는 밥을 먹었다.
고등어 살은 발라 아이들 밥그릇에 올리고 꼬리와 가장자리 가시에 붙은 살을 빨아먹었다.
닭을 삶으면 가장 큰 다리는 남편의 그릇에, 남은 다리는 아이의 그릇에 번갈아 올려주었다.
달콤한 간식은 내가 먹으면 아이들 먹을 것이 모자랄까 십여 년을 외면하고 살았다.
아이들 신발은 아디다스, 내 신발은 만원의 행복.
매일 아침 시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여름휴가는 해마다 바닷가의 시댁.
친정 엄마 지갑이 가벼워지는 건 내 탓이다.
잘한다 잘한다 해서 잘하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