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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오늘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준 이는? A)나&

[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A. 사람과의 관계 _질문 1.

by 쏘스윗


제목에 답이 바로 공개되어 재미가 없을까?

그렇지 않길 바라며 토닥토닥 타자를 두드려 본다.


한동안 많은 일들로 꽤나 긴 시간

혼란스러운 생각과 상황들이 일어나고 지나갔다.

그 한가운데, 그 많은 일의 여파로

끝끝내 이어져 죄송한 마음이 닿은,

속상한 마음만 남은-

어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묵묵히, 그대로

따스하고 다정한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다른 마음은 다 사라지고

그저 다시 글을 읽고 또한, 쓰고 싶어 졌다.


3달 만에 나의 10년 지기 친구 ‘좋은 생각’의 일력

‘마음풍경-정용철의 가슴이 전하는 말 365’를 넘겼다.


3/5 “천 번의 절망을 이겨낸 새싹 하나가,

겨울을 이겨내고 봉긋 솟아오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마지막 글이, 책이

‘나의 겨울은_김선남 그림책’이었는데,

그때부터 주욱 그 책처럼 겨울 내 힘들었는데,

참 많이도 절망하며 어디까지 언제까지 절망할 것인가, 체념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역시나 나의 마음 풍경은 여전히 절묘했다.

참 오랜만에 붓펜을 집어 들었다.

캘리 계정 하나를 살려냈다.


그렇게 나는 그날 저녁 다시

전자책 출판사 ‘작가와’ 단톡에 들어갔다.

독서토론 ‘꼬꼬무’의 책을 읽기 위해서.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오랜만에 이른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요즘 그래도 잠은 잘 자는 편이었는데,

(asmr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 오랜 불면증 끝에 나만의 비법을 찾고 찾던 중 꽤나 좋은 방법을 찾았기에)

늦게 잤음에도 일찍 깬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평소라면 왜 이리 또 일찍 깬 것일까,

다시 잠들고자 애썼을 텐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 힘겨워하며)


눈을 감은 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잠결에 집어든 휴대폰은 여전히

나의 비법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노래를 다시 듣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 아침, 과거의‘나’와 인사했다.


( 그게 무슨 오글 거리는 말이냐고?

‘얘 뭐야 나르시시즘이 심한가’ 싶은가?ㅎ)


언젠가부터 운전을 하며 노래를 했고,

그 영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운전을 뒤늦게 시작한 장롱면허 10년 차의 뒷북 드라이버로, 뚜벅이 혹은 버스가 익숙한 나였기에,

오랜 시간 이동시간은 내게 노래를 듣고,

휴대폰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운전을 시작하게 되어서도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흘려보내는 것이 어려웠고,

노래를 들으며 화음을 넣기를 좋아해서 함께 부르는 것,

글감들을 모은 것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 '라이브 영상’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날 밤 영상을 다시 들으며

글감을 기억해 내고, 그때의 워딩 그대로

감정을 이어 글을 쓰곤 했다.


그런데 나의 지난 시간을 다시 듣는 것이

꽤 재미있는 게 아닌가.


가끔은 ‘왜 저래’,

자주 ‘미쳤나’, ‘왜 또 신났어’. 생각했지만,

즐거울 때도, 힘겨울 때도

행복을 만끽하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혹은 그대로 마주해 보는 내가 대견하고 애달팠달까.


그렇게 나는 지금의 나보다 조금 어린 나를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사랑하며 귀여워했다.


재잘대는 나의 소리를 들으며,

소곤대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나를 들으며,

편안히 잠이 들었다.


평소에는 자는 중에 꺼진 채 아침을 맞이하는데,

오늘은 새벽같이 많이 일찍 깬 관계로,

틀어놓고 잔 과거의 나와 아침부터 다시 마주했다.


여전히 철없이 행복해며 조잘대고,

참새처럼 노래하고 있었다.


감성에 젖었던 지난밤과 달리,

아침에는 조금 이성이 찾아왔는지,

‘얘, 그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였지?’,

‘어떤 내용들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난 기록들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았다.


지금은 비공개로 전환해 놓은 계정이라 나만 들을 수 있지만, 이전에는 누구나 볼 수 있게 열어 놓았기에 혹여 이 내용들을 들은 사람이 있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면서 말이다.


허나 부끄러움은(어차피 이걸 다 들을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생각으로 둔 것이었기에) 금방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날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지난날의 나는 이렇게 나를 살려내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러고는 그 결과로 전날 밤 다시 찾은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작가’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

역시나 나를 살려갈 세상은 그곳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지켜감에 있었다.


그곳에는 사라져 가던 나를 잊지 않고

반겨주는 여러 작가님들이 있었다.


언제나 가장 이른 시간에 인사를 해주던 작가님들이

( 필명답게 가장 먼저이신 새벽님과,

매일 한결같이 무지개에 앉아 인사하는 데이지소녀를 품은 작가와 님-남자분이심..ㅎ,

늘 많은 작가님들께 한 분 한 분 인사해 주시는 은지 님,

그리고 늘 웃게해주시는 예전 1호 문지기 폴님 ),

모두가 여느 때와 같이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작가님들은 멋진 글들을 보내주셨다.

꼭 지난밤 나의 오랜만의 인사에, 답 시 같기도,

응원 같기도 한 글처럼 느껴졌다.


자신마다 각각의 의미로 써 내려간 글들이 서로 모르는 새, 공감과 생각으로 또 이어졌다.

(개별적 꼬꼬무처럼)

늘 한결같이 매일 글을 올리시는 감귤 작가님의 글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바닥을 바라보다가’​라는 글이었다.

여러 가지 것들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고, 고이고이 천천히 아득하게. 바닥이 끝, 맨 밑바닥이라고 생각했지만, 위로 올라가게 해주는 여러 가지가 담겨있었다고.


‘겨울잠을 끝내고 돌아왔다.’고 인사했지만,

나는 사실 지난겨울 내, 지난 모든 시간들을 흰 눈으로 덮어버려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어쩌면 그대로 덮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를 조금 덜 괴롭게 다가오기를 빌며,

어디가 바닥일지 모를 시간을 향해 숨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바닥에 남은 것들이 많다”니..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바닥에는 흔적이 남음을.

겨울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 잠시 덮여있을 뿐임을.


그 속에 웅크리며 자신을 지키며

영양을 공급하며 기다렸다가

봄이 되면 다시 씨앗이 싹을 틔울 것임을.

사실 나는 요즘 힘이 들면 어느새 숨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난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었다. 꽤나 오랜 시간)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힘이 들면 친구를 찾았고

친구와 함께 내 모든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왔던 나로서는

최근의 내가 참 낯설다.

(물론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면 또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해대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이제전화도 잘 안하게된다.)


더 이상 나의 괴로움을, 부정적인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아마 그런 모습이 나 조차도 지겹고 힘들기 때문이다.

나를 보는 그 사람이 나를 질려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힘든 것을 알려봤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렇게 도망친 세상에 다시 돌아가

여전히 다정하고 나를 깨닫게 하는 인사들을 받으며

또다시 지난 시간의 나에게,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그대로 함께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곳에 나를 데려다 놓은 나의 첫 작가인 치키 작가님은 아침부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오늘 내게 처음 인사를 해준 사람이기도 하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도망치는 순간도 되돌아간 순간도 나는,

오로지 나로 인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랬다.

내게 소중한 관계를 지키는 것.

소중한 나의 모습을 지키는 것.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모든 나를 언제나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이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아침,

내가 지난 시간의 나에게 인사를 받은 것 &

나의 지난 시간이 만들어준 ‘작가’의 글 벗들이

행복한 아침을 선사해 준 것이,

그 차갑고 단단한 땅을 뚫고 나의 여린 잎을

다시 파아란 하늘로 봉긋 솟아오르게 만든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다시 그곳에서 진행 중인 1일 1 글 챌린지를 이렇게 시작한다.


[ 작가와 공동집필 시즌3 질문 바로가기 ]

작가와 공동집필 시즌3 공통된 주제와 질문에 답을 하며 책을 씁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작가와’에서는!
되살아난 스윗캘리 @sweet.o_o.calli
[나의 겨울은 _ 김선남 그림책]의 한 페이지들.

어서 다음 질문에 답을 하고 싶다.

(사실 2번 질문이 오늘 3/6일의 질문이었다.

두 개 다 쓰고 싶었는데, 벌써 3시간째 쓰고 있음으로,

느림보는 또 조금 늦더라도 차근히 내 속도에 맞게 써 가야겠다.)


다음 질문은

“최근 내가 힘들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기 때문이다.


누구일 것 같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그러나 아닐 수도 있으니 다음 화를 꼭 기다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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