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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최근 내가 힘들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준 이는?

[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A. 사람과의 관계 _질문 2.

by 쏘스윗

질문을 읽자마자 많은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 누구도 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최근’ 나는 입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의 답은, 지난 회차의 스포처럼, ‘당신’이 맞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최근 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곳에 조금이라도 드러낸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는 당신이란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자신은 없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도

무의식은 ‘안된다’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ㅎㅎ

결국 질문에 답은 ‘없다’가 될지도 모르겠다.ㅎㅎ)


먼저, 떠오른 이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나에게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무지개’ 빛 인연들이 있다.

언젠가부터 내 곁의 사람들을 색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 사람의 모습 중 내가 가장 좋은, 닮고 싶은 점을 색으로 표현했다.


언제나 나를 향해 달려와 주던 빨간 운동화의 친구,

포근하고 따스한 모닥불 같은 언니,

반짝이는 햇살같이 비타민이 되어주던 친구,

내가 늘 바라보는 파아란 하늘 속 존재,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려오는 우주 같은 사람.

(그러고 보니 초록과 보라의 사람들이 지금 내 마음에는 없군.)


나에게,

빨강은 ‘열정적인, 아주 매력적인, 예쁜, 그리고 1번’을 상징했다.

주황은 ‘따스한, 편안한, 포근한, 그리고 ‘당근!’ㅎ처럼 아낌없이 나누는 존재들이다.

노랑은 ‘병아리처럼 밝은, 빛처럼 에너지를 전하는, 나비처럼 산뜻한 비타민과 같다.

초록은 ‘숲처럼 나를 쉬게 하고 늘 푸르게 정화시켜 주며 단단하고 우직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들.

파랑은 ‘모든 것을 맑아지게 하고, 가벼워지게 하고, 시원해지게 하는 깊고 넓은‘ 사람.

남색은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지만 깊고, 수많은 것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사람들’.

보라는 ‘오묘한 듯 알 수 없지만 끝이자 시작과도 같은 희망, 꿈같은 미래(드림캐쳐 & 숙면의 색)’ 를 먼저 잘 살아가는 이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그들이 참 많이 보고 싶다. 힘든 일을, 털어놓고 싶다. 붙잡고 엉엉 울고 싶다.


전에는 참 쉬웠던, 당연했던 일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어려워진다.

아마도, 이제는 반복된 학습으로 결과를 미리 짐작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이제는 어디에 나의 속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분명 다양한 이유로 곧바로 내가 후회할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애써 삼켜낼 뿐이다.

(지금도 써지지 않는 글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다.)

아마도 내가 쓰는 이 글조차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힘든 나를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외친 절규로 시작된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끔 속에서 삐져나오는 마음을 외치곤 했다.


최근에도 가끔 그렇게 또 한 계정을 만들게 되기도 했다.

아무도 들을 수 없음에,

누가 보아도 나인지 모르는 것에

안도할 수 있는 것은

다소 외롭기도하지만

그래도 그 조차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생각한다.

이제는 들어줄 사람을 찾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언제나 나도 모르게 조잘대는 나였기에,

나에게 털어놓는 사람은 없었던 게 아닐까,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바란 적이 없을까.

왜 늘 미안한 걸까. 왜 늘 뒤돌아 후회하는 걸까.


비가 오고 날이 개면 뜨는 무지개처럼 그들은

내게 인생의 우기마다 햇살을 드리우는 존재들이었는데,

정작 나는 그들에게 무엇이었는지를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정말 힘든 이유는,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나의 소중한 존재들에게 나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

( 앗! 드디어 털어놓았다. 답이 ‘당신’이 맞네! ㅎㅎ)


그래서, 최근 힘든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사실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 ‘당신’이자 ‘나’인 것 같다.


그간 나도 나의 힘듦을 듣지 않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걷잡을 수 없어질 두려움에

무의식은 묻어두는 것을 선택했었다.

그래서 다시 병이 깊어졌으리라.


하지만 지금 다시 깨달은 것은,

나라도 내 안의 소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외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지금 많이 힘들구나. 괜찮지 않구나. 하면서.

그렇게 아주 조금씩 괜찮아져야 하는 것이다.


나를 힘내게하는,

그 어떤 것을 찾아 나서야하는 것이다.


오늘은, 사랑하는 아빠를 모시고

그리운 엄마에게로 다녀와야겠다.

즐겁게 노래하며 조잘대며, 웃게하며.

그리고 물어보아야겠다. 지금, 무엇이 힘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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