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C.환경 및 상황_ 질문 14.
지금 나에게는 딱 1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리 길지는 않군. ㅎㅎ)
그래도 잠시 낮에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애매한 시간에 출근을 했어서 아침이 늘 정신없이 시작되고, 일을 마치고는 글을 쓰고 싶어 쓰다 보면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몸의 밸런스가 깨지는 것 같아서 일하는 시간을 저녁으로 고정했다.
상대적으로 아침이 여유로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요가를 하고, 씻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부터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다. ‘살려고.’
투병일지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개다. ‘살려고.’ 그리고,
‘살아내는 것을 남겨 누군가에게 이런 케이스도 있다고 희망을 주고 싶어서.’ (결과도 희망적이면 좋겠다.)
나의 병은 ‘마라톤’으로 비유되어 왔다.
단번에 수술로 해결해 버릴 수 없고, 병을 발견하더라도 쉽게 치료를 결정할 수 없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오랜 시간 경과를 관찰하며 최선의 치료 타이밍을 찾아야 하며 긴 시간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casebycase이지만 상대적으로 나는 진행이 느린 편이었다. (처음 의심이 되었던 2011년. 진단이 내려진 2014년 사이 3년 반의 텀이 있었고, 치료의 시작인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별다른 치료 없이 수혈만 받는 1년의 시간이 있었다. )
13년 전에는 이게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게 감사하다.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일까.
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언제까지 쉬기만 할 수 없기에 일을 해야 한다. (13년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만 있게 해 준 그 사람에게 정말 얼마나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이제야 더 실감이 난다.)
일을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컨디션에 무리가 되지 않게 일을 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살려내기 위해 늘 균형 잡기를 해 나간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피로를 줄이는 것에 더불어,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로, 글쓰기는 나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내게는 ‘글쓰기’ 외에도 좀 많다.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캘리도 쓰는 이유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순간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나를 살리는 나의 방법이며,
그 조차도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루틴을 만들며 계속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투병일지를 다시 쓰고 있다.
재발 가능성을 실감하고 와서 무너진 마음을
함께 글 쓰며 전자책을 출간하는 ‘작가와’
그 안의 독서토론모임 ‘꼬꼬무’에서 만난
조길남 작가님의 책 [암은 행운이었어]를 읽고,
그러고는 전처럼 또 좌절과 회피하지 않고,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직면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의 증상들을 기록하고 대처하며,
내 몸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
그것은 의지를 다지는 행위이자
나를 방치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요가’는
내 몸을 바로 보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가소년님의 호흡에따라 시선에따라 생각에따라 )
무리해서 자세를 취하지 않고, 그날의 내가 가능한 만큼만 도전하고 나만의 숨을 쉰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집중하여 관찰하고 살피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에 틈을 만들어주는 시간.
다른 어떤 것도 마음에 머릿속에 들이지 않고
온전히 내 몸의 한 부분 부분에만 시선을 두며
‘지금 여기’의 나만을 보살피는 순간.
그렇게 하루하루를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는 것.
그것은 바쁜 일상 중에도 해야만 하는 일과에도
꼭 지켜야 하는 나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소홀히 할 때,
병은 다시 몸과 마음을 빠르게 앗아갈 것이므로.
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감사한 이유이다.
이 시간들이 나를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게 할 것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일상에 지쳐있는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가?
그저 자신이 지금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라.
어느 누구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상태로,
그 시간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병일지를 다시 처음 쓰면서 되뇌던 말이 떠오른다.
나를 위한 여유를 꼭 가져야만 한다.
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 아침 여유시간에는 이 글도 쓰고
점심 여유시간에는 좋은 생각 책도 읽었는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자세한 묘사를 들려주고 싶다는 글쓴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작가와 단톡방에서 만난 삐약이님과
점자도서관에서 만나 시집 출간까지도 운 하모니카시인님이 떠올랐다.
좋은 생각 책의 벚꽃처럼 나도 그들에게
오늘의 봄을 전해보고자
오늘의 목련을 그림 그리듯 표현해본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지고
날이 갑자기 다시 추워졌지만
이미 펴버린 목련이 추위 속에
외로이 떨고있더라구요.
저도 표현해 봅니다.
”손을 오므리고 옹기종이 모아놓은 것처럼
피다 말고 웅크리고 있어요.
자신처럼 하얀 눈을 맞으며
다시 따스해질 순간을 위해
한껏 움츠렸다가 활짝 피어오를 건가봐요. 춥지만 상쾌한 바람 속에서 파아란 하늘을 향해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보고 있군요. “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갖는 이 시간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