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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세젤이맘 Aug 06. 2021

스타벅스 굿즈 열풍 속 나, 인싸 vs 호갱?






스타벅스가 또 일을 냈다. 이번엔 BMW MINI 코리아다.


매 시즌 한정판 굿즈를 선보이며 오픈런, 리셀, 사재기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까지 등장, 선풍적 인기를 모은 스타벅스는 2021년 서머 프리퀀시 프로모션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MINI의 신차 3종 선불카드와 텀블러를 선보였다.


지난 3일 아침, 출근 전 "새벽 6시 왔는데 5등.. 스타벅스에 미니라니, 이건 못 참지"라는 기사를 접했다. 화면에 보인 굿즈들은 노랑 파랑 선명한 색감, BMW 미니 자동차를 활용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갖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너무 예뻤다.


지난 프리퀀시 프로모션에서 쿨러를 받지 못했던 나는 오픈 시간에서 10분 정도 지나 집 앞 스벅 매장에 도착했다. 예상외로 매장 밖까지 대기줄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내 계산대 앞에는 굿즈 상품들을 하나씩 들고 있는 소비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역시나 진열대에는 오픈한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굿즈 상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못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스벅 문을 나서는데 왜 밖으로 대기줄이 없었는지 이해가 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금일 매장에 입고된 굿즈 상품들의 수량과 구매 제한 개수였는데 입고 수량이 전부 한 자릿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동탄에 사람들이 몇 명인데 고작 5-6개의 상품만 입고시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미 물량이 소진된 걸 알고 대기줄이 없었던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이 줄어든 것은 환영할 일이었지만 고작 5-6개의 상품만 입고된 현실이 조금 불쾌했다.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판매 시작과 동시에 중고사이트에는 구매 가격보다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 제품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스타벅스 굿즈 상품들은 매년 온라인에서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거래되는 인기품목으로 올초 선보인 '플레이모빌'은 정가(1만 2천)보다 6배가량 뛴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이런 희소성으로 그 가치를 알고 미리 사재기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자 이를 의식한 듯 구매 수량을 제한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결국 희소성을 더 강화시켜 소비자의 구매욕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이른 아침 줄을 서고 프리퀀시를 모으는 걸까?






먼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이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 올 당시부터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비쌌고, 고품질을 유지하며 고급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이 친절한 것은 물론, 진하고 담백한 커피 맛은 커피 맛을 잘 모르던 내 입맛도 사로잡을 정도였으니 스타벅스 마니아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났다. 업계 최초 도입된 사이렌 오더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고급화 전략으로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여줌과 동시에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보다 주문한 커피를 먼저 받아가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줬다.


스타벅스의 초록색과 세이렌 로고는 스타벅스 고유의 이미지를 상징화했고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굿즈들은 패션 브랜드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고급 브랜드 제품을 마시고, 그 브랜드의 한정판 굿즈를 사용하면서 남보다 돋보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독보적인 1위 커피 브랜드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만의 차별화된 영업방식과 브랜드 고급화 전략으로 이제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향휴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로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는 MZ 세대의 소비 특성과 아주 잘 맞물렸다.


MZ세대는 밀레니얼 시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중요시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요시하며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어 충동적인 행복을 즐기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한정판 굿즈는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상품을 소유할 수 있다. 프리퀀시 프로모션은 일정 개수의 프리퀀시를 채운 사람들에게만 제공되고 굿즈 상품의 판매 기간은 한정돼 있다. 소비자에게 프리퀀시를 모으는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만들어주고 제한된 기간과 개수는 희소성을 가중시킨다.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콜라보로 시즌별로 이색적이고 예쁜 굿즈를 선보이며 소비욕구를 더 자극하고 SNS를 통한 자발적인 홍보까지 이어지게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정해진 기간 안에 프리퀀시를 모으고 새벽 7시부터 온라인 예약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오픈 시간에 맞춰 매장 앞에 줄을 선다. 프로모션의 주인공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대기자들과 경쟁을 하고 어렵게 상품을 얻게 된다.


소비자들은 이 과정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기게 되는 것이다. 구매에 성공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 오히려 재미를 더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참여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렵게 획득한 굿즈는 그만큼 성취감도 크고 그만큼 과시욕도 커지게 된다.



희소성과 배타성은 고객에게 인사이더로서 소속감을 주어 입소문이 널리 퍼지게 한다.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은 순간, 자신을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처럼 느낀다. 그래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큰 애착을 보이는 것은 물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때 자신만의 특별한 기회를 잡았다는 만족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컨테이져스 전략적 입소문 중 -



희소한 제품이나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으려는 MZ세대가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하는 이유다.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을 제공하는 스타벅스에 한정판 굿즈를 기다리는 충성고객이 유난히 많은 이유다.





그러나 이런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 방식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기획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소비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고객들의 역조공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안 갖고 있자니 뭔가 아쉬운, 그래서 스타벅스 굿즈는 계륵(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이라 불리기도 한다.


2020년 대유행을 일으킨 스타벅스 레디 백, 스타벅스 여의도점에서는 한 소비자가 핑크색 레디 백 17개를 수령하기 위해 마시지 않을 음료 300잔을 주문한 일이 발생했다.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굿즈의 가치가 오르면서 상품보다 굿즈가 목적이 되었다.


프리퀀스 수집 마감기간이 임박할수록 사람들은 프리퀀시를 채우기 위해 마시고 싶지 않은 커피를 사러가기도 한다. 프리퀀시 17개를 모으기 위해 실제로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금액은 약 10만원 정도다. 덕분에 프리퀀시 마감기간이 있는 달은 스타벅스의 매출이 약 20% 이상 올라간다고 한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리셀과 사재기 논란이 계속 일어났고, 사고 싶어도 품절로 살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보니 당일 오후 중고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고 프리퀀시 자체를 사고파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스타벅스 굿즈 열풍은 필요 없는 지출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어 '스타벅스는 개미지옥이다' ' 굿즈 마케팅을 너무 남발해 조금 불편하다'는 불평들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어렵게 갖게 된 굿즈는 그 가격이 시중의 동일 제품보다 비싸고 상품의 질이 비싼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선보인 미니 선불카드는 카드 구매 가격이 3만 원이고 최소 충전금액이 2만 원이다. 선불카드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5만 원이 필요하다. 텀블러의 가격은 3만 원 후반 대고 트래블백은 4만 원이 훌쩍 넘었다.


지난 3일, 첫 번째로 방문한 매장에서 굿즈 구입에 실패한 나는 회사 근처 다른 매장으로 향했다. 지난 서머 프로모션 때 상품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경험했던 나는, 행사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걸 알게 됐고 판매 첫날인 오늘 비교적 쉽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스벅 매장도 역시 선불카드는 모두 매진이었다. 3종류의 텀블러 중 블루와 라임도 매진, 다행히 내가 눈여겨봤던 투고 텀블러가 남아 있었다.


내 손에 들어온 미니 굿즈는 너무 예뻤다. 희소성 있는 상품을 갖게 됐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지난 서머 프로모션 때 쿨러를 받지 못 해던 터라 만족감에 더해 안도감까지 느껴졌다.


음료 행사도 있었다. MINI 신차의 색깔을 입힌 3종의 음료를 사면 리유저블 컵(709미리)에 제공됐다.


투고 텀블러와 음료까지 주문하고 내가 지불한 금액은 37,000+8,500 = 45,500원이었다. 가격까지는 미리 알아보지 않았었다. 그날 아침 나는, 너무 예쁜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 행사가 시작됐고, 그날이 첫날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스벅 매장으로 달려갔었다. 막상 45,500원이라는 큰돈을 지불하고 나오니 만족감에 더해 뭔가 불편한 감정도 따라 올라왔다.


한국의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에서 43위지만 스타벅스 매장 수는 전 세계 5위. 2020년 기준 전국 스타벅스 매장은 1460개, 이중 서울에 528개가 있는데 서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가진 도시라고 한다. 커피 소비량은 43위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스벅 매장을 가진 도시는 대한민국의 서울.

우리는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걸까?


행사 시작 첫날, 남들보다 조금 먼저 한정판 굿즈를 갖게 된 나는, 인싸였을까? 스타벅스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에 이용당한 호갱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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